증시 호황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금융권 사회공헌 사업에서도 역할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은행권에서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의 사회공헌 실적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가운데 금융 당국이 주재한 회의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7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급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상반기 순이익(9조 3600억 원)의 82%에 달한다.
그간 금융업권에선 은행의 이익 규모가 압도적이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23년 5개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2조 4700억 원으로 5대 은행의 17%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활황을 보인 지난해부터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증시 거래 대금 증가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급증했고 대형 증권사는 막강한 자본력·영업력을 기반으로 자산관리(WM) 부문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권 공동 상생사업에서도 증권사들의 분담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정책 기조로 포용금융을 설정했으나 그간 압박은 주로 은행권을 향해왔다. 실제 배드뱅크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 사업에 민간 금융업권이 4400억 원을 출연했으나 증권사는 대상에서 제외됐고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도 금융투자업계는 부담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의 사회공헌 활동사업비는 500억 원으로 은행권(2조 2000억 원)의 2%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라진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금융권 내부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금융투자업권에 사회공헌 역할 확대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6월 민관이 참여한 금융교육협의회에서 최근 군 장병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증권사들의 금융교육 지원 활동이 부족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거래 증가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으나 고위험 투자에 대한 금융소비자 교육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고위험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금융교육 공헌사업만큼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순이익의 10% 가량을 사회공헌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며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상황에서 청년,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에서는 금투업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