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역대 최장인 87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매매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전·월세 등 임대시장의 가격 상승률도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8%를 넘어서며 매매가격 상승률마저 추월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정책 관련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과거보다 전·월세 부담이 늘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준호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단기 전략은 수요와 공급 타이밍을 모두 놓쳤다”며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전·월세 등 주거 안정이며 강남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을 거쳐 강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부동산 시장과 산업·혁신정책 등을 연구해왔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민간위원과 국무총리 특별보좌관, 국민경제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미래기획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하락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환율 급등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뿐이었다”며 “수도권은 집값이 오르는 것을 일정 정도 관리하되, 워낙 높은 집값이 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 해소 등이 향후 주택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주택 임대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9.96%로 대책 전 1년 전(2.41%)보다 4배 넘게 커졌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 초반부터 공급을 통해 전·월세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서울의 높은 집값이 장벽이 되는 상황에서 전·월세와 공급 문제를 지금이라도 주거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 대안으로는 초광역 경제권 구축을 제안했다. 초광역 경제권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인구와 산업, 연구 개발(R&D), 일자리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은 곳을 말한다. 일본 도쿄에 맞서는 초광역권 나고야와 오사카 같은 지역이 대표적이다. 그는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처럼 여러 개의 초광역권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을 포함해 서남권과 동남권 등 2~3개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특정 도시나 정치세력이 지역의 자원과 일자리를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어렵다”며 “지역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외부의 기업과 인재,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광역 경제권을 주변 국가와 연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서쪽 경제권은 한국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를 생각하고, 동쪽 경제권은 일본을 넘어 태평양까지 포괄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동남권은 자동차·철강 등 기존 제조업 기반에 AI와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 AI 생산기지로, 서남권은 중국·동남아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선 지역 경제의 핵심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제시했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내에서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도시이지만 유럽의회와 유럽인권재판소 등 주요 기관이 자리 잡으며 유럽의 대표적 도시로 입지를 굳혔다. 정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분배보다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러 지역으로 흩어질 경우 지역 발전에 아무런 역할을 못 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을 컴플렉스로 조성해 자생력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 같은 중앙의 핵심 기능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스트라스부르 식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