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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서 복합몰·도시 개발까지…제2 내수시장 일군 ‘辛의 뚝심’

12.10.2026 1분 읽기

1996년 7월 베트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롯데그룹의 승부수는 햄버거였다. 한국에서 식품 기업으로 시작해 성공을 일궈낸 만큼 베트남에서도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한 계열사 롯데GRS는 2년 뒤 호찌민에 롯데리아 1호점을 열었다.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가 이미 주요 상권을 선점했고 1997년 진출한 필리핀 졸리비 역시 세를 넓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GRS는 ‘현지화’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를 반영해 라이스 메뉴 등 특화 상품을 선보이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이를 발판으로 진출 19년 만인 2017년 첫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현재는 베트남 전역에서 270개 매장을 운영하며 햄버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햄버거를 통해 ‘롯데’라는 이름을 알린 뒤 계열사들이 잇달아 베트남행에 나섰다. 2008년 롯데마트와 롯데컬처웍스·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진출했고 2013년 롯데호텔, 2014년 롯데백화점이 뒤를 이었다. 이후 면세점과 건설·화학·IT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식품에서 시작한 사업은 유통·관광·서비스를 거쳐 산업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도 핵심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2008년 호찌민 남사이공점에 첫 매장을 낸 롯데마트는 현지인들이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요리하다 키친’ 등 먹거리 콘텐츠를 강화했다. 또 베트남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반영해 자체 신선식품 브랜드 ‘FRESH 365’를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지 콜드체인 등 물류망을 구축해 롯데마트 신선식품의 안정적인 유통을 뒷받침했다. 현재 17개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2022년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 매출 4266억 원, 영업이익 405억 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 사업의 역량을 총집약해 2023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문을 열었다. 약 35만 4000㎡ 규모의 부지에 쇼핑몰과 대형마트·호텔·시네마·아쿠아리움을 한데 모았다. 개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쇼핑부터 숙박·외식·여가까지 한 공간에 담아낸 국내 복합개발 모델 ‘롯데타운’을 해외에서 구현한 것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현지 대표적인 복합쇼핑몰로 자리 잡으며 누적 매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도시 개발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호찌민에서 추진 중인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투티엠’ 사업이 대표적이다. 총 3조 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인 해당 사업은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강 인근 약 7만 4000㎡ 부지에 금융센터와 쇼핑몰·호텔·오피스·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최고 60층 규모의 복합개발 사업이다. 2022년 착공식 이후 관련 행정절차를 밟아 올해 6월 건설활동 허가를 받았다.

30년 전 햄버거에서 시작한 롯데그룹의 베트남 사업이 쇼핑과 외식·숙박·여가를 넘어 주거·도시개발·물류·IT까지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신 회장은 인구 1억 명이 넘고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로 소비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베트남을 그룹의 핵심 해외시장으로 일찍이 낙점했다. 전 계열사가 단기간의 수익성보다는 현지에서 브랜드 신뢰와 사업 기반을 쌓는 데 방점을 찍고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이어갔다.

신 회장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베트남을 지속적으로 찾으며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2022년 에코스마트시티 투티엠 착공식과 2023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점 행사에 참석했으며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지로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택했다. 신 회장은 “베트남은 그룹 글로벌 사업의 핵심 국가”라며 “기존 식품·유통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첨단 도시 건설과 친환경 소재 산업, 선진 물류 등 신사업 개척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향후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에서 1만 명이 넘는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2021년 롯데벤처스 베트남을 설립하고 올해 5월 현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엘캠프 베트남’을 출범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지 주력 사업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도시개발·물류 등 신사업을 확대해 베트남과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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