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가 미국 정부에 로봇 규제 예외를 신청했다. 미국이 외국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4족보행로봇·자율이동로봇(AMR)의 신규 인증을 막으면서 이동형 휴머노이드 로봇 ‘RB-Y1’의 수출길이 막히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같은 규제 영향권에 든 국내 로봇 기업은 20여 곳으로, 이들 상당수도 연내 예외를 신청할 계획이다. 규제가 중국을 겨냥한 만큼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미국 현지 생산 요건을 맞출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은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달 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제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FCC 규제 발표 이후 2027년까지 미국에 로봇을 수출할 계획인 국내 기업은 20여 곳으로 집계됐다. 휴머노이드로봇, 4족보행로봇, AMR 등을 개발하는 기업들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미국 기업과 직수출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도 다른 기업을 거쳐 미국에 로봇을 수출하거나 수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로 미국 판로가 막히면 적지 않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FCC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무선통신·전자기기가 전파 간섭과 통신 보안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해 장비 인증을 내준다. FCC는 7월 28일 외국에서 생산된 첨단 이동형 로봇을 국가안보 위험 장비 목록인 ‘커버드 리스트’에 올렸다. 목록에 오른 제품은 새 모델의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미 인증을 받은 기존 모델은 계속 팔 수 있고 산업용 로봇팔 같은 고정형 로봇은 대상에서 빠졌다. 규제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미국산 부품 비용이 전체 부품 비용의 65%를 넘어야 한다. 이 기준은 2029년부터 75%로 높아진다. 기업 국적이 아니라 생산지를 따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미 전쟁부가 국가안보에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제품은 조건부 승인을 받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청 기한은 2028년 1월 1일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달 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다. 이동형 휴머노이드 로봇 ‘RB-Y1’의 미국 수출이 규제에 막히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연내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승인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조건부 승인을 받으려면 △지분 5% 이상 주주와 경영진의 국적, 외국 정부의 영향력 여부 △전체 부품의 원산지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과 투자 일정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FCC 규제는 안보 차원에서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고 만든 만큼 한국 기업이 조건부 승인을 받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수 한국 로봇 기업이 AMR을 미국 공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어 수출이 막히면 미국 기업도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건부 승인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만 국산이나 중국산을 써도 미국산 부품 비용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대규모 투자를 받아 미국에서 로봇을 생산할 여력도 없어 FCC의 추가 가이드라인만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로봇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기업의 미국 수출액은 2024년 기준 4939억 원에 달한다. 2021년 대비 83% 증가했다. 국내 로봇 기업들은 기술력, 미국산 대비 저렴한 비용, 보안 등을 내세워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 같은 성장세가 꺾이지 않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AI로봇산업협회는 FCC대응지원단을 꾸리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로봇은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이고 미국은 그 핵심 시장”이라며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통상 규제인 만큼 정부가 책임 있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