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놓고 정부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도 반출 이후에도 국내 기준에 맞춰 보안 조치와 데이터 활용을 실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후통제 체계’를 갖출 수 있느냐가 남은 쟁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수차례에 걸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앞서 정부가 구글에 축척 1대 5000 고정밀 지도 반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보안시설 처리 등 조건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점검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공간정보 업계 관계자는 “구글 측의 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 이행 준비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국토부에 공식 답변을 제출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연내 관련 서비스가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반출 후 통제의 실효성이다. 국내 지도 사업자들은 군사·안보시설 등 민감 정보에 대해 관계 법령과 정부 지침에 따른 보안 조치를 적용받는다. 반면 해외 서버를 활용하는 구글은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반출된 뒤에도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보안·관리 기준을 지속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구글의 위성·항공사진이나 스트리트뷰 등 기존 서비스와 결합될 경우 민감 시설에 관한 정보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출 허용 후에도 정부가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해외 민간 지도 서비스를 통한 안보 정보 노출 가능성이 거론됐다. 홍지선 장관은 이에 “국토부가 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방부, 국정원과 같이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산업계에서는 지도 반출 논의를 보안 문제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정밀 지도는 지도·플랫폼뿐 아니라 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의 기반 데이터로 활용되는 만큼 국내 시장의 경쟁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사업자들이 보안시설 처리와 데이터 관리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에게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국가 핵심 데이터”라며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도 반출 허용 여부뿐 아니라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 확보 등 종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종욱 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고정밀 지도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 구글이 어떤 협력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할지가 중요하다”며 “정부도 단순히 보안 조건 충족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반출 이후의 실질적인 관리 체계와 국내 산업과의 상생 구조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글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출된 자료가 없는 만큼 현재 조건 이행 여부를 평가하거나 의견을 밝힌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