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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라젬, 신입사원 출신 CEO를 후계자로…지분 이전 방식에 주목

11.10.2026 1분 읽기

세라젬의 이번 기업 승계가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방식’과 ‘대상’에 있다. 먼저 방식이다. 국내에도 자녀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기업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경영권만 넘겼을 뿐 소유권까지 함께 넘긴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 승계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유한양행(000100) 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1969년 자녀가 아닌 조권순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겼지만 보유 주식과 재산은 이후 유한재단 등에 출연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지분은 재단 등이 보유하는 소유·경영 분리 구조다. 세라젬처럼 창업주가 특정 전문경영인에게 지분과 경영권을 함께 넘기는 승계가 현실화하면 가족 승계나 제3자 매각과는 다른 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승계 대상도 눈길을 끈다. 이환성 회장이 낙점한 이경수 대표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가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1978년생인 이 대표는 2003년 세라젬에 입사해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해외에 치우쳤던 매출 구조에서 국내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18년 국내 전략사업 부문 총괄(상무)을 맡은 뒤 주력 제품인 척추 온열 의료기기 ‘마스터’의 판매를 늘리는 한편 디자인과 편의성을 강조한 안마의자 ‘파우제’를 새 성장 동력으로 키웠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12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실제로 세라젬 매출은 이 대표가 국내 전략사업 부문 총괄을 맡은 2018년 2800억 원 수준에서 2022년 7500억 원 이상으로 늘었다. 2023년부터는 국내 수요 둔화로 매출이 줄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개선을 병행하며 수익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집 안에서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AI 웰니스 홈’ 전략을 이끌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지켜본 끝에 후계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에게는 자녀가 한 명 있지만 회사 경영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부에서 검증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세라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세라젬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뜻이 예전부터 확고했다”며 “자신이 일군 회사이지만 이 대표가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승계 작업의 최대 관건은 지분 이전 방식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이 회장이 보유한 세라젬 지분을 이 대표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논의 초기에는 이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젬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지분 이전 구조와 세무·법률 문제 등을 검토해왔고 국세청과도 증여 방식 등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세라젬의 기업가치가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만큼 직접 증여에는 막대한 세금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경영진 인수(MBO)다. 이 대표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외부 자금으로 세라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창업주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새 주인이 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대표는 최근 복수의 PEF와 접촉하며 거래 구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PEF와 손잡을 경우 계약을 바탕으로 지분을 단계적으로 인수해 보유 지분율을 높여가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세라젬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하고 향후 지분 확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초 세라젬의 투자자로 합류한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가 향후 MBO 추진 과정에서 이 대표의 인수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O 초기에는 전문경영인이 보유한 자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PEF가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부담하고 전문경영인은 소수 지분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며 “이후 스톡옵션을 부여하거나 경영 성과에 따라 지분을 추가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라젬이 계획하고 있는 2028년 기업공개(IPO)가 MBO 추진 과정에서 PEF의 참여를 끌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EF로서는 투자 이후 자금을 회수할 경로가 중요한데 상장이 이뤄지면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손쉽게 처분할 수 있어서다. 명확한 투자금 회수 방법이 마련되는 만큼 이 대표가 MBO에 필요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향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승계 경로보다 승계 이후의 조직 운영 역량이 기업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내부 전문경영인과 임직원 승계를 포함한 내부 승계는 암묵지와 관계 자본이 유지되며 이러한 연속성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계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신뢰를 이어받는 긴 과정인 만큼 얼마나 일찍 체계적으로 준비하느냐가 승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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