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창업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녀가 회사를 물려받지 않거나 후계자를 정하지 못해 애를 먹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상속·증여세와 인수 자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창업주 은퇴 이후 기업을 어떻게 존속시킬지가 중소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4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전체 경영자의 70.2%가 50세 이상이었고 60세 이상도 33.3%에 달했다. 중기부는 자본시장연구원 조사를 토대로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을 28.6%로 추정했다. 60세 이상 경영자가 이끄는 중소기업 236만 개 가운데 약 67만 5000개가 후계자 없이 지속 경영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의미다. 제조업만 따져도 5만 6000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계의 기업 승계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 대표의 80%가 기업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세금 부담’을 꼽았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기업도 27.5%에 달했다. 이유로는 ‘기업하기 힘든 환경에서 자녀에게 경영의 무거운 책무를 지우기 싫어서(26.8%)’가 가장 많았고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18.1%)’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15.5%)’ ‘세금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11.3%)’가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향후 계획으로 ‘전문경영인 영입(25.3%)’ ‘매각(21.1%)’ ‘폐업(9.1%)’ 등을 꼽았다. 후계자를 찾지 못하거나 승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결국 폐업이나 매각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기업 승계제도가 여전히 자녀 등 친족 승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나 증여세 과세특례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전문경영인이나 임직원이 회사를 인수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세제·금융 지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회사 내부에서 수십 년간 경영 경험을 쌓은 임원이 창업주의 후계자로 지목되더라도 기업가치가 수백억 원을 넘으면 개인 자산만으로 지분을 인수하기 어렵다. 기업 내부에 적합한 후계자가 있어도 자금 문제 때문에 승계가 무산되는 셈이다.
중기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기업 승계의 범위를 자녀 등 친족 중심에서 임직원과 제3자로 넓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기업 승계 인수합병(M&A)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을 다른 기업이나 전문경영인에게 넘길 수 있도록 매각을 원하는 고령 경영자의 기업을 발굴해 인수 후보와 연결하고 기업가치 평가와 거래 구조 설계, 인수 후 통합까지 지원한다. 기술보증기금에 따르면 올해 사업에는 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100여 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임직원 승계를 별도의 기업 승계 방식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계자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을 기존 임직원이 인수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임직원 기업인수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임직원이 회사를 인수해 기존 기술과 거래처·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연구본부장은 “현행 기업 승계 지원제도가 사실상 친족 승계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전문경영인이나 제3자에게 기업을 넘기려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많지 않다”며 “친족 여부보다는 기업의 계속성과 고용 유지,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경영진 인수(MBO), 임직원 인수(EBO) 등 다양한 승계 방식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