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을 도로에 접목해 실시간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수준까지 도달해 각종 지방자치단체에서 적은 예산으로도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건설연은 에지 AI 기반 딥러닝 영상 분석으로 불법주정차를 실시간 감지하는 ‘불법주정차 AI 관리시스템(MOVI)’을 개발했다. 기존의 불법주정차 관리가 과태료 부과와 단속 중심이었다면 MOVI는 운전자의 자발적 차량 이동을 유도하는 계도 중심 방식이다.
불법주정차가 감지되면 도로전광표지판(VMS)을 통해 해당 차량 번호와 인근 공영주차장의 실시간 주차정보를 안내하고, 연석 주변 LED 바닥등을 연동해 차량 이동을 유도한다. 또 현장 검지정보를 관제 플랫폼으로 전송해 시간대·구역별 불법주정차 특성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교통관리에도 활용된다.
건설연 연구팀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상습 불법주정차 구간에 MOVI 시스템을 설치·운영했다. 분석 결과, 2026년 8월 기준 출·퇴근 등 이용자가 많은 시간에 5분 이상 불법주정차 발생 건수는 시스템 도입 전인 2025년 9월 대비 최대 99% 줄었다.
건설연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교통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AI 시티 관리 기술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이번 시스템은 엣지 AI 영상분석과 현장 계도 서비스를 연계해 불법주정차를 신속하게 해소하고, 지자체의 주차 관리 예산 절감과 도로 안전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건설연은 이달 AI로 10분 만에 교량의 실시간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데이터-시뮬레이션 융합(DSF·Data-Simulation Fusion)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교량 주요 지점에 설치된 센서로 상판 처짐과 구조 부재에 작용하는 힘 등을 즉시 측정하고 분석한다.
연구팀이 국내 현수교를 대상으로 실증 실험을 수행했더니 기존 상용 프로그램 대비 90% 이상의 안전성 평가 정확도가 확인됐다. 기존 상용 프로그램은 연간 약 1500만 원의 유지비용이 발생하고 전문가 구조 안전성 평가에 추가로 1~3일이 소요됐는데 이번 시스템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유지비용 없이 약 10분 내 안전성 평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시설물 관리 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해 현장 활용성이 높다.
건설연은 이러한 AI 기술력과 접목 사례들을 해외에 공유하며 기술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엔 미주개발은행(IDM)과 중남미 5개국을 초청해 건설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BIM)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멕시코 공공기관 관계자 17명을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건설연 BIM센터는 한국이 20년 넘게 축적해 온 BIM 정책·표준, 인력 양성, 제도화, 공공 발주 및 현장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중남미 국가의 BIM 실행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BIM 제도화와 BIM-GIS, 디지털트윈, BIM-AI 등 정책 수립부터 현장 적용까지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김홍목 건설연 산업혁신부원장은 “한국이 축적한 첨단 인프라 기술 경험 및 AI 접목 사례까지 중남미 국가와 공유하고 각 국가가 자체적인 BIM 실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IDB 등 다자개발은행과 협력을 확대해 K-BIM의 국제적 활용 가치를 높이고 BIM 관련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며, 지속적인 기술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