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으로 해외에서 한식을 찾는 소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한식의 본질적인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식이 단순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채소와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식문화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누구나 일정한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미란 한식명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은 건강한 식문화”라며 “한식을 단순히 수출을 위한 상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장은 국내 최초로 한식 대량 생산을 위한 레시피 표준화에 뛰어든 인물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한복선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의 수제자로 한식 조리법을 계량화해 대량 생산에 적용했다. 홈쇼핑 방송 초기인 2002년부터 김치·갈비탕·도가니탕 등을 상품화해 판매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한식대가에 이어 2021년 대한민국 한식명장으로 선정됐다.
박 명장이 바라본 한식의 최대 장점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와 발효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만큼 자연식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가 남아 있는 곳도 많지 않다”며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다양한 고기 요리가 우리의 식탁에 자리 잡았지만 본래 한식의 식문화는 채소와 발효음식을 중심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대장암 발병율이 급속도로 높아진 점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식의 이런 특성이 최근 세계적인 건강식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박 명장은 “해외에서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비건식(채식)을 찾아 먹는다면 채소와 발효음식을 위주로 한 한식은 그 자체가 비건“이라며 ”외국인들이 한식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에 한식을 알릴 때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제대로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식 세계화의 핵심 과제로는 조리법의 표준화를 꼽았다. 한식은 오랫동안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손맛을 통해 전승돼온 탓에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세계 각국에서 한식이 안정적으로 소비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같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계량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명장은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는 한식의 표준화”라며 “한식이 세계인의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조리법을 표준화해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장이 한식의 표준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최근 해외에서 한식이 소비되는 방식 때문이다. K푸드가 대중화하면서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수많은 한식 레시피가 소개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조리법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다. ‘짜장면’이 중국음식으로 잘못 알려지거나 ‘바오쯔’처럼 한식과는 거리가 먼 음식이 버젓이 한식당 메뉴로 판매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미국에 사는 딸에게 한식 레시피를 보내주면서 이런 문제를 체감했다는 박 명장은 “딸에게 알려주던 집밥 레시피를 모아 영문으로 된 한식 요리책으로 만들었고, 아마존을 통해 출간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최근 전자책도 내게 됐다”며 “책에는 현지 한국 식료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 95가지 한식 요리법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한식을 현지 식문화에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시즈닝화’를 제안했다. 김치나 불고기처럼 완성된 한식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식의 맛을 낼 수 있는 소스와 양념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현지 식재료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박 명장은 “김치라고 하면 김치 자체를 수출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김치의 맛을 낼 수 있는 시즈닝을 만들어 현지에서 다양한 재료와 섞어 누구나 한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문화로 확장해야 한다”며 “한식 재료의 시즈닝화가 한식을 현지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명장은 국내에 있는 수많은 요리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직접 한식을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동네 음식점부터 전문 요리사까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요리사가 있다”며 “이들이 국내의 포화된 외식시장에서만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세계로 진출해 80억 세계인의 식탁에 한식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식 요리사가 해외에 나가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직접 가르치고 조리법을 전파한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훨씬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홈쇼핑에 출연해온 그는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운 식품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박 명장은 “음식과 아무런 관련 없는 유명인이 브랜드를 만들고 정작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한 창작자인 요리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음식, 요리가 너무 엔터테인먼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꼭 요리경연대회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유명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음식을 개발한 중소기업 연구원이나 요리사를 발굴해서 알리고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