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용 연료전지 업계가 국내 시장 위축 우려 속에 생존책 마련에 나섰다.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뽑아 건물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연료전지가 공공건축물 의무 설치 대상에서 사실상 빠진 여파다. 업계는 사업 모델을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 판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청정수소용품협의회 산하 건물용 연료전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수출 전담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소재·부품사와 완제품 업체가 단일 브랜드로 뭉쳐 국산 연료전지 기술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본의 ‘에네팜’을 참고했다”며 “현재 참여 기업과 세부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에네팜은 2009년 일본 기업들이 공동으로 만든 가정용 연료전지 브랜드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엔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가 있다. 그동안 건물용 연료전지는 공공기관 건물에 의무적으로 깔아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 하나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법을 재생에너지법과 수소법으로 분리한 법령이 지난달 18일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료전지를 다루는 수소법 시행령에 공공건물 의무 설치 설비 관련 조항이 빠진 것이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보급 축소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건물용 연료전지가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별도 의무를 유지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공 건물 내 발전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변화 속에 개별 기업들 역시 해외 진출과 사업 다변화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수소제조장치(개질기)를 만드는 부품사 ‘디알퓨얼셀’은 대만의 현지 기업과 바이오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만들고, 이렇게 생성한 수소를 연료전지 발전에 쓰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박달영 디알퓨얼셀 대표는 “제도 개편 조짐이 보이며 몇년 전부터 바이오가스 수소화 분야를 눈여겨봤다”며 “특히 대만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중 태양광·풍력 비중이 높아 바이오가스 수소화로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기업 블루에프씨는 지난해 스페인 기업에 연료전지 발전기를 수출한 데 이어 중남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수출이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수 중심의 사업 재편도 한창이다. 1세대 연료전지 전문업체인 에스프리즘(288620) 은 3월 기존 ‘에스퓨얼셀’에서 사명 변경을 단행하고 사업 모델을 넓혔다.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건물용 연료전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묶어 통합 에너지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6월엔 한국전력의 ESS 사업에 쓰일 전력변환장치(PCS)를 납품하는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미코(059090) 그룹 자회사이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업인 미코파워는 2024년 일찌감치 건물용에서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로 사업 분야를 전환했다. 지난해엔 경기 남양주시 데이터센터(9.8㎿), 양주시 서부권스포츠센터(2.8㎿) 발전 사업을 따냈다. 현재 양주시 서부권스포츠센터 사업은 본격적인 착공에 앞서 토목 공사를 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남양주시 데이터센터 사업도 진행할 방침이다. 2024년 착공한 평택 공장의 경우 시스템 제조 라인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달 준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스택 제조 공장은 연내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건물용 연료전지 발전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메우는 수단으로 ESS 외에도 다양한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건물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건물용 연료전지는 향후 도시가스 청정수소 혼입 같은 수소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당장의 (발전) 실적이나 단가만 보고 산업 기반을 급격하게 없애기보다는 해외 진출과 사업 모델 다변화를 도모하며 기술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