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일반인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한강’ 사업이 일반인용 CBDC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직접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실 기획팀장은 지난 8일 한은 블로그에 ‘프로젝트 한강의 기관용 디지털화폐, 일반인용 CBDC와 어떻게 다를까’ 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이 같이 밝혔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기관용 CBDC를 공급하면 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소비자가 결제에 사용하는 구조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1단계 사업을 진행해 예금 토큰 기반의 실거래를 시행하는 경험을 축적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2단계 사업을 통해 정부 국고금 집행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이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중속 충전시설 보조금 사업에 적용중이다.
문제는 일각에서 프로젝트 한강이 일반인용 CBDC 도입을 위한 전초적 사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한은이 발행하는 CBDC를 일반인들이 사용할 경우 개인의 자금 흐름에 대한 과도한 추적이나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 테스트 이후 올해 8월까지 CBDC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총 8건으로, 동의 인원은 누적 42만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도 CBDC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국에서는 CBDC 금지 법안이 통과됐고 영국과 유럽 등에서도 CBDC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김 팀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CBDC를 도입 또는 발행할 계획이 없고, 관련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선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CBDC를 강제 통용력이 있는 법화로 볼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통화제도에 큰 변화가 초래되며 통화정책 파급과 신용 공급 메커니즘 및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다는 이유에서다. 김 팀장은 “CBDC에 대해 현금과 같은 수준의 익명성을 부여해야 하는지, 개인별 보유 또는 이용 한도를 둘 것인지, 또 이자는 지급해야 하는지 등의 운영 정책과 CBDC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여부 등의 시스템 설계와 관련한 이슈까지 고민거리가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당장 시급히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은행 예금 계좌와 신용카드 등이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보급돼 있고, 200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24시간 실시간 계좌이체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을 정도로 관련 인프라도 잘 정비돼 있다. 또 은행이나 카드사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앱카드 등은 물론 핀테크의 다양한 스마트폰 기반 간편지급·간편결제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확산하고 있다. 일반인용 CBDC가 도입되더라도 널리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팀장은 “프로젝트 한강은 일반인용 CBDC와 무관한 토큰 기반 미래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파일럿 사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민간과 중앙은행 부문에서 토큰화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데 이에 발맞춰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한강의 예금 토큰과 기관용 디지털화폐는 일반인용 CBDC와 달리 은행 외에 개인이나 비은행 기업들은 보유할 수 없다”며 “애당초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관련 논란이나 리스크가 발생할 소지가 원천 배제된다”고 덧붙였다.
또 일반인용 CBDC는 법화 지위가 부여되어 강제통용력을 가질 수 있지만 예금 토큰은 그러한 지위를 가질 수 없고, 기존 예금과 동일한 법률 및 제도적 속성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김 팀장이 설명이다. 현재 한은 디지털화폐 연구개발 규정에 따라 은행은 예금 토큰 발행액의 7%를 지급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발행 은행의 파산 위험에 대비해 예금보험도 적용된다.
김 팀장은 “프로젝트 한강의 예금 토큰과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써 보기 전 많은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직접 디지털 지갑을 열고 결제하면서 편리함과 안전함을 경험에 보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