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를 직접 찾아 사업 추진 여건을 점검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용인에 이어 호남에도 생산기지를 조기에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가 4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밝힌 이후 최 회장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메모리 수요 예상보다 빨라
용인 12년 당겨도 생산능력 부족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9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특화단지 예정 부지를 방문했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와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살핀 최 회장은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기 때문에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공급 속도를 더 당겨야 한다”며 조기 착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하되 가능한 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가 광주 팹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기존 용인 클러스터만으로 향후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체 건설 일정을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겼지만 추가 생산능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계속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추정한다”며 “또 다른 부지와 팹 조성이 더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용인과 병행해서라도 지어야 할 사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팹의 규모가 당초 구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용인 클러스터의 3분의 2 수준을 계획하고 있지만 향후 부지 여건과 반도체 수요에 따라 추가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력·용수 등 인프라 일정 점검
2030년 첫 팹 양산 목표로 추진
착공 시점은 전력·용수 공급과 공사 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기반시설 구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전체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공사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올해 6월 호남권 투자 계획 발표 이후 10여 차례 광주 군공항 일대를 찾아 사업 여건을 점검해왔다. 정부는 당시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호남권에 각각 메모리 팹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는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7월 광주 군공항 일원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확정됐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30년 6월 첫 번째 팹 양산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안정적으로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부지와 전력·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을 뒷받침하겠다”며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