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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범에 속아 예금 깨러 간 엄마…은행원이 엉뚱한 아들 계좌 해지했다면

10.10.2026 1분 읽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예금을 해지하려던 고객이 은행을 찾았다가 직원의 착오로 아들 명의의 예금까지 해지된 사건과 관련해 금융사가 해당 예금을 다시 지급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금융사가 고객 본인이 아닌 가족 명의 예금을 잘못 해지해 지급한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면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2024년 9월 A씨가 한 금융사 지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당시 본인과 아들 B씨, 딸 C씨 명의로 복리식 정기예금 계좌를 개설해 둔 상태였다.

이후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금융사를 찾았다. 사기범은 A씨에게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인 것처럼 설명하고 본인 명의의 계좌를 해지해 수표로 인출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금융사 직원을 찾아 본인 명의 계좌의 해지와 수표 발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이 계좌를 잘못 확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직원은 A씨의 아들 B씨 명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했고, 그 안에 있던 5000만원을 A씨의 수시입출금식 계좌로 이체한 뒤 수표로 인출해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자신이 해지를 요청한 계좌가 아닌 아들 B씨의 계좌가 해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미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은 상태였던 A씨는 금융사에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사기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에게 아직 해지하지 않은 본인 명의 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해당 계좌의 돈까지 찾아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A씨는 다시 금융사를 방문해 자신의 계좌를 추가로 해지하고 수표를 발행했다. 이후 사기범에게 돈을 건넨 뒤 연락이 끊기자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한편 금감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사 직원의 실수로 아들 명의 예금까지 잘못 해지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더 커졌다는 취지였다.

금감원 “아들에게 예금 반환해야”…엄마에게 부당이득 청구도 어려워

금감원은 금융사가 B씨의 동의나 요청 없이 그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하고 그 돈을 모친인 A씨에게 지급한 만큼, B씨에 대한 예탁금 반환 의무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B씨이기 때문에 금융사가 돈을 돌려줘야 할 상대방 역시 B씨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는 금융사가 B씨에게 원금 5000만원과 약정된 만기까지 발생했을 이자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사가 B씨에게 예금과 이자를 지급할 경우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됐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해당 돈을 자신의 재산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한 것이 아니라 수표 형태로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사람은 A씨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사기범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금융사가 가족 명의의 예금이라고 하더라도 계좌 개설이나 해지 과정에서 명의자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의 업무상 과실로 다른 사람의 예탁금을 잘못 해지해 지급했다면 금융사가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조정 결정은 금융사와 조정을 신청한 A·B씨가 조정안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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