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들이 K브랜드의 해외 진출 창구로 나섰다. 국내외 유망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전통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 팝업스토어와 정규 매장을 열어 K브랜드를 현지 소비자 앞에 소개하고 있다.
9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는 각각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동남아시아와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그간 쌓은 브랜드 발굴 역량과 큐레이션 노하우, 해외 네트워크를 앞세워 K브랜드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7월 K패션 해외 진출 플랫폼 ‘롯데백화점 넥스트랩’을 신설했다. 첫 거점인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는 ‘무센트’를 시작으로 ‘세터’·‘노매뉴얼’ 등 연말까지 5개 브랜드의 팝업을 잇따라 연다. 연내 일본 도쿄·오사카에서도 팝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베트남과 일본 등에 상설형 K패션 팝업 전문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 넥스트랩은 ‘팝업-인큐베이팅-입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지 팝업으로 고객 반응과 사업성을 검증하고, 성과가 좋은 브랜드는 베트남 등 해외 점포에 정식으로 입점시킨다. 롯데백화점은 아울러 넥스트랩과 별개로 LA한국문화원 내 글로벌 K존 ‘라온’ 개관에 맞춰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LA에서 K뷰티 팝업을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로 미국에 첫 팝업을 열었다. 뉴욕 허드슨야드에서 12월 31일까지 팝업스토어 ‘뉴트로 서울-뉴욕 에디션’을 운영하며 3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인다. 성분에디터·믹순·온그리디언츠 등 스킨케어 브랜드와 힌스·삐아 등 메이크업 브랜드를 비롯해 향·바디케어, 디바이스, 이너뷰티 브랜드가 참여한다. 허드슨야드는 럭셔리 리테일과 오피스, 주거시설이 밀집한 뉴욕 핵심 상권으로 연간 방문객이 1400만 명을 넘는다. 이번 팝업은 산업통상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돼 추진됐다.
하이퍼그라운드는 2023년 태국 방콕 시암에서 첫 해외 팝업을 연 뒤 지난해 일본 도쿄 이세탄 백화점(K패션)과 프랑스 파리 쁘랭땅 백화점(K뷰티)으로 무대를 넓혔다. 올해 7월에는 태국 센트럴백화점 센트럴월드점에서 세 번째 태국 팝업을 열었다. 박상언 신세계백화점 뉴리테일담당 상무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국내 유망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해외에 K브랜드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자체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의 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은 2024년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 팝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같은 점포에 정규 매장을 냈다. 올해 7월에는 오모테산도 도큐플라자 오모카도에 620㎡(187평) 규모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국내 백화점이 일본 핵심 상권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낸 첫 사례다.
대만에서는 현지 1위 백화점 신광미츠코시와 손잡고 타이베이·타이중에서 팝업을 이어왔다. 이달에는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 ‘김해김’ 등 5개 K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유럽 첫 팝업을 열었다. 2030년까지 아시아와 유럽·북미에 플래그십 매장 10여 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백화점들이 해외로 나서는 것는 국내 브랜드와 해외 소비자 양쪽의 수요가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신진 브랜드들은 다음 성장 무대로 해외를 찾지만 혼자 나서기에는 문턱이 높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백화점이라는 것이다. 이혁 롯데백화점 넥스트컨텐츠랩 1팀장은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진 K패션 브랜드는 많지만 정보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시장 검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동시에 K브랜드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도 크다. 롯데백화점의 K뷰티 상품군 외국인 매출은 최근 3개월간 전년 대비 110% 늘었고, 이 가운데 북미권 고객 매출은 1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이 대만 신광미츠코시 타이베이 신이 플레이스 A11점과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연 팝업은 각 점포 역대 팝업 가운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앞으로 백화점의 역할은 국내 브랜드를 골라 해외로 내보내는 ‘아웃바운드’ 유통으로 점점 확장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유희열 패션사업부장(상무)은 “단순한 해외 매장 오픈을 넘어 국내 유망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해외 시장 안착과 성장을 돕는 글로벌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