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상품 도입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책임 규명을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해외 시장과의 규제 격차 등을 고려하면 도입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野 “청와대 개입” 공세…與 “도입 불가피” 반박
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선거 일주일 전에 졸속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국민 피해가 54조 원에 달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개미 약탈 게이트’”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상품 도입 과정의 의사결정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도 잇따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주식을 도박판으로 만든 ‘바다 이야기 시즌2’”라고 비판했고, 박준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범이고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가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뚜렷한 근거 없이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맞섰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음모론적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에 상품이 도입되기 전부터 홍콩에서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거래됐던 만큼 국내외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 필요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도입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규제가 많고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며 “해외로 자금이 계속 유출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살자(들)’ 투자 공방…국책은행 “외압 없었다”
한편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책은행 출자 펀드의 투자를 놓고도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작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따져 물었다. 반면 민주당은 정상적인 문화콘텐츠 투자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역사 왜곡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어떻게 정부 기관들이 이런 투자를 했는지 경위와 절차,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국책은행의 투자 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으며 “정책금융 기관이 집권 세력의 문화 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장들은 외부 압력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자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것이 금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콘텐츠의 내용을 이념적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창작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민영 기업은행장 역시 외부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행장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며 독립된 부서에서 전문적으로 시나리오를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영화 투자 과정에 정치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싱가포르 국제영화제 측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을 두고 “국제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하며 “본인들이 그런 DNA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의 투자 결정 시점도 거론했다. 해당 영화에 대한 투자 결정이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취임 전에 이뤄졌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산업은행장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집값 87주째 상승…대출 규제 실효성 도마
부동산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에도 서울 주택가격이 87주 연속 상승한 점을 두고 야당은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대출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실패한 것 아니냐”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어 대출 규제로 주거 이동이 제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집 가진 사람을 악마로 보지 않으면 이런 식의 부동산 정책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