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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국가 주도 배상, 속도와 실효성 높여야

09.10.2026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국가에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8일부터 열렸다. 피해자들이 구제 대상을 넘어 국가와 기업에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가습기살균제·원료물질 사업자 15개사는 배상 분담금을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이행 협약도 체결했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공식 발표한 지 15년 만에 국가와 기업이 책임지는 배상 체계가 가동된 것이다.

국가 주도 배상 체계의 시행은 오랫동안 쌓인 사회적 갈등을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대 정부가 피해 구제 제도를 보완해왔지만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배상 체계는 내놓지 못했다. 이번에는 법 개정에 맞춰 정부와 기업이 배상 책임 이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과 협약 체결만으로 피해 회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 배상 심의는 내년에 시작되고 사업자별 분담금도 내년 상반기에 부과될 예정이다. 정부는 세부 배상 기준을 신속히 마련하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협약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담금을 둘러싼 기업 간 이견도 협약 원칙에 따라 협의체에서 조율하되 그 과정이 피해자 배상을 늦추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당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됐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사용한 제품이 아이의 건강을 해쳤고 부모의 가슴에는 대못으로 남았다. 이제 국가와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이행할 제도적 틀이 갖춰진 만큼 피해 회복의 속도와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배상 심의와 지급 절차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운영하고 중증·고령 피해자를 우선 심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배상 총액과 분담금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사업자들은 분담금을 기한 내 납부해야 한다. 책임의 크기를 다투느라 피해자들을 다시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배상 책임이 사법적으로 인정되기까지 제품 출시 후 꼬박 30년이 걸렸다. 그사이 2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숨졌다. 기다림이 길었고 상처가 깊었던 만큼 피해 회복은 신속하고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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