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적립과 국채 발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세계 최대 국부펀드 운용국인 노르웨이도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한다며 정부의 재정 운용 방침을 설명했다. 다만 노르웨이와 한국은 재정구조와 국채 발행 목적이 달라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처 국정감사에서 미래대응기금에 104조 원의 여유자금을 적립하면서 국가채무는 106조 원 늘어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노르웨이도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노르웨이가 국채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발행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채 발행량 변동이 너무 크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것이 노르웨이의 공식적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대응과 전임 정부의 대규모 세수결손을 거치며 국채 발행 규모가 100조 원대에서 200조 원대로 확대된 만큼 발행 물량을 조정할 때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재정 여건에는 차이가 있다. 노르웨이 재무부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석유·가스 수입으로 조성한 대규모 국부펀드를 보유한 순자산 국가다. 비석유 부문 재정적자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충당하고 국채는 주로 기존 채무 차환과 국책은행 대출·출자 등 자본거래에 활용한다. 반면 한국은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만큼 기금 적립에 따른 운용수익과 국채 이자 부담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대만의 국가채무 관리 사례를 들어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비율은 2015년 32.0%에서 올해 50.3%로 상승했지만 대만은 같은 기간 31.1%에서 21.1%로 하락했다. 이 의원은 “예상하지 못했던 초과세수가 발생했으면 기존에 발행하기로 한 국채부터 줄이는 게 정상적인 것 아니냐”며 국채 신규 발행 축소 규모를 12조 5000억 원으로 정한 근거를 따졌다.
이에 박 장관은 “총지출 증가율도 당연히 봐야 하고 국가채무비율이 실제 얼마를 넣었을 때 어떻게 개선됐는지도 볼 수밖에 없다”며 기금의 지속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제출한 중기재정계획상 2030년 국가채무 전망이 지난해 계획보다 208조 원 낮아졌다며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발생할 초과세수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라 올해 국세수입이 추경 전망보다 63조 2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10월 국채 발행 물량을 계획보다 5조 원 줄였지만 추가 축소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추가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쓸지, 향후 다른 기금에 넣을지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며 “아직 확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의 지역 편중 문제에도 선을 그었다. 박수영 의원이 기금 사업이 호남권 투자에 집중됐다며 ‘전남 카르텔 쌈짓돈’이라고 비판하자 박 장관은 “반도체 팹 추가 건설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첨단산업의 지속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박 장관은 “대통령께서 기금의 세부 사업을 세세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명절 할인 지원은 기금 용도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