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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폭등한 이유 있었네…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44조 담합에 공정위 제재 착수

08.10.2026 1분 읽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업계 1·2위 업체인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두 회사가 수년간 가격 정보를 공유한 데 이어 국제유가가 급등한 올해 3월에는 실제 공급가격을 맞추기로 합의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가 산정한 담합 규모는 44조 원, 이에 따라 부과될 수 있는 최대 과징금 규모는 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7일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각각 발송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가 조사한 위법 혐의와 제재 의견 등을 담은 문서다. 양사의 의견을 들은 뒤 전원회의 등 심의를 거쳐 구체적인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된다.

조사 결과 두 회사는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 동안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가격과 관련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등에 제품을 공급할 때 먼저 적용하는 가격인 ‘입금가’를 비롯해 이후 확정되는 가격과 할인 등 판매 조건에 관한 정보가 오갔다. 입금가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제품을 넘길 때 일단 적용하는 가격이다. 이후 실제 확정가격이 정해지면 양 가격의 차이를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정보교환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던 시기에 두 회사가 실제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두 차례 맞추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에서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44조 1000억 원이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00억 원 규모다. 다만 이 금액 전체가 실제 가격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은 아니다. 대부분은 양사가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한 기간의 관련 매출액이며, 실제 가격을 합의한 부분은 이보다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유가 급변이 양사의 정보교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이 약 50%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행위가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과징금 고시 기준을 적용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5%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를 단순 적용할 경우 양사에 부과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은 약 4조 6305억 원이다. 실제 과징금은 위반행위의 범위와 기간 등을 따져 최종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국내 정유시장은 대표적인 과점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SK에너지의 시장점유율은 28.1%로 가장 높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21.0%, GS칼텍스 23.3%, S-OIL 25.5%를 차지했다. 이들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약 98%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합산 점유율은 49.1%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에서는 GS칼텍스와 S-OIL이 담합에 참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는 실제 가격을 담합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이견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상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한 부분은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일 뿐 담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앞서 검찰 수사가 먼저 이뤄진 사안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S-OIL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적인 가격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 원으로 판단했고, 두 회사의 가격을 GS칼텍스와 S-OIL이 따라 올린 데 따른 경쟁 제한 효과까지 합쳐 26조 원 규모로 추산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두 회사가 약 4년간 가격정보를 교환한 행위까지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44조1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두 기관의 판단이 다른 것은 검찰은 형사처벌을 전제로 실제 가격 합의 등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공정위는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를 위해 정보교환 등 공동행위 전반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도 검찰과 담합 시기 등에 차이가 있는 데 대해 “두 기관이 독립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확보한 증거와 법 위반 인정에 필요한 증거 수준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에서는 GS칼텍스와 S-OIL의 가격 추종 행위도 확인됐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기소 범위에서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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