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격이 없던 질문이나 위험에 가격을 매기는 순간 그 가격은 더 큰 금융 거래의 기준점이 됩니다.”
셰인 코플란 폴리마켓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토큰 2049’에서 예측 시장을 단순한 베팅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치나 스포츠처럼 대중의 관심이 높은 분야뿐 아니라 지금까지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던 각종 사건과 위험까지 거래 대상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폴리마켓은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를 놓고 ‘예(YES)’와 ‘아니오(NO)’에 투자하는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나타내는 YES 계약이 0.32달러에 거래된다면 시장은 해당 사건의 발생 확률을 약 32%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면 YES 계약은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그는 “가격이 없는 질문이나 위험을 폴리마켓에 올려 가격이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0’을 ‘1’로 만드는 것과 같다”며 “그 가격은 장외거래(OTC)나 스와프·블록딜 등 더 큰 거래가 이뤄질 때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측 시장이 단순히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거는 시장을 넘어 새로운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실험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코플란 CEO의 설명이다. 기존 파생상품 거래소는 거래량이나 수익성이 크지 않은 틈새 사건을 위해 별도의 금융상품을 상장할 유인이 적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마켓은 이미 단순 베팅 플랫폼을 넘어 정보 전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슈나 지정학적 사건에서 폴리마켓의 확률은 하나의 참고 지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코플란 CEO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현지의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폴리마켓을 대안적인 뉴스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말했다.
폴리마켓의 다음 목표는 시장 개설 주체와 대상 자체를 크게 넓히는 것이다. 현재는 회사 측이 시장을 선별해 개설하고 있지만 코플란 CEO는 궁극적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가격을 발견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폴리마켓 역시 자신이 구상하는 시장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코플란 CEO는 “사람들이 폴리마켓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은 가능한 것의 아주 작은 일부라고 본다”며 “지금은 작아 보이고 당장 큰 매출을 만들지 못하는 활용 사례라도 3~5년 뒤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