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관행적 법령 위반 가운데 투기나 중대한 불법 전용이 아닌 사안에는 최소 2~3년간 처분을 유예하고 정상화할 기회를 주자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도 이 기간 신고·신청을 거쳐 위반 상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방향 토론회’에서 특례 유효기간을 최소 2~3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상이 전국에 걸쳐 있고 위반 유형도 복합적인 데다 같은 기간 농지법 개정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른 한시법의 운영 사례도 기간 설정에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관행적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실제 경작자가 농지은행을 통해 해당 농지를 다시 빌리거나 소유자와 서면계약을 맺은 뒤 농지대장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보유한 농지도 실제 농업인이 경작하고 있다면 특례기간 중 농지은행 위탁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반 농지의 최소 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정부 역시 농지법상 허용되지 않는 임대차를 가능한 범위에서 합법적인 계약 관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지 임대 때 청년농과 전업농 등에 기계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현행 방식도 농지 이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실경작자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현 팜큐베이터 대표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관행적 임대차의 정상화를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소유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의 조정이나 농지은행 위탁 권고를 거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일회성 단속 자료가 아닌 상시 농지관리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재작 식량과기후 대표는 경작 현황과 농지은행 임대자료 등을 연계한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단위 농지 수탁과 경작지 재배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실제 이용 현황과 지목이 다른 농지도 이번 기회에 정비할 계획이다. 사실상 하천이나 도로로 사용되는 농지는 전수조사 자료를 토대로 직권 지목 변경을 추진하고, 임야로 변한 농지나 반대로 농지로 쓰이는 임야 역시 현실에 맞게 정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연내 특조법 제정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농지법 개정 등 후속 제도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장의 처분 우려가 커지자 당정은 지난달 21일 관행적인 위반까지 일률적으로 제재하지 않고 충분한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이 공동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