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연루된 반도체 특허 소송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각국의 핵심 산업 자산으로 떠오르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특허 침해를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연루된 반도체 분야 특허 소송은 18건이다. 7개월 치 집계만으로 보호원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연간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4년 10건, 지난해 8건이었다. 한국 기업이 얽힌 미국 특허 소송 가운데 반도체 분야만 따로 집계한 수치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벌어진 특허 분쟁 중 한국 기업이 소송을 당한 사건은 총 9건이다. 이 역시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건의 피소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기업이 올 들어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도 9건으로 연간 최다였던 2022년(9건)과 이미 같아졌다.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제소와 피소 모두 두 자릿수를 넘어서고 전체 소송은 20건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특허 분쟁이 급증한 것은 업황 호조와 맞물려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유례없는 수출 실적을 올리고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자 이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동시에 한국계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의 반도체 특허 권리 행사도 활발해졌다. 과거 특허 분쟁은 해외 NPE가 국내 기업에 소송을 거는 게 주된 양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NPE도 외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성윤모 지식재산전략포럼 운영위원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민감한 기술 권리를 둘러싼 특허 분쟁도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