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을 받고 필로폰을 건넨 뒤 상대방이 곧바로 이를 돌려줬더라도 마약 매매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필로폰 매매 혐의로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는 마약류관리법상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봤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50만 원은 확정됐다. 다만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 부분은 직권으로 파기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12일 오후 9시께 창원시의 한 도로에 세운 자신의 차량 안에서 B 씨에게 필로폰 1.4g을 건네고 대가로 다른 사람 명의 계좌에 50만 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필로폰을 건네받은 직후 양이 예상보다 적다며 이를 A 씨에게 돌려줬다. A 씨 역시 받은 50만 원을 반환했다.
쟁점은 매수인이 필로폰을 건네받자마자 돌려준 경우에도 필로폰의 소지가 이전돼 매매가 기수(완성)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필로폰 매매가 완성됐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B 씨가 필로폰의 양이 적다는 이유로 즉시 이를 돌려준 만큼 필로폰의 소지가 B 씨에게 완전히 이전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은 다만 필로폰 매매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5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매매 미수가 아닌 매매 기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5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A 씨가 B 씨를 만나기 전에 매매대금 50만 원을 모두 받았고 현장에서 실제 필로폰을 건넨 만큼 B 씨가 이를 아무런 제지 없이 가져갈 수 있게 된 순간 매매가 이미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B 씨가 이후 마음을 바꿔 필로폰을 돌려준 것은 범행이 기수에 이른 뒤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했다. 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는 마약류를 투약·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을 이 조항에서의 ‘마약류사범’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원칙적으로 200시간 범위에서 수강명령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함께 내리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A 씨가 마약류를 투약·흡연 또는 섭취한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매매 혐의로만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법에서 정한 ‘마약류사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