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마약합동수사과가 경기 수원지방중수청에 소재를 두고 출범했지만 기존 마약합동수사본부보다 인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진행 중이던 사건의 승계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자료조차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나 압수물·디지털 증거의 인계 절차도 베일에 가려 있어 수사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일 출범한 중수청 마약합동수사과에 실제 파견된 인력은 경찰 20명(경정 1·경감 4·경위 7·경사 8), 관세청 1명에 그쳤다. 기존 수원지검 마약합동수사본부에 파견됐던 경찰 33명과 비교하면 40% 줄어든 수치다. 중수청 직제 시행규칙은 파견 경찰관 정원을 20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관세청 인력도 감소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7급·8급 각 1명을 합수본에 파견해 왔지만 10월 2일 조직 개편과 함께 전원 복귀시켰다. 새로 꾸려진 마약합동수사과에는 8급 1명만 파견이 확정됐고, 7급 1명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관세·밀수·자금세탁 연계 수사에 필요한 실무 경험과 해외 정보 협력 라인이 일시적으로 끊긴 셈이다.
문제는 사건 승계 여부다. 서 의원실이 경찰청에 기존 합수본 진행 사건과 인계 현황을 요구하자 경찰청은 “경찰청이 관리하지 않는 자료”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관세청 역시 “소관 부처가 아니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중수청이 합수본의 기능을 이어받는다는 조직 개편 방침은 앞서 공개됐지만, 기존 합수본이 수사하던 개별 사건이 언제·어떤 기준으로 중수청에 넘어갔는지에 관한 공식 자료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사건은 공소시효·수사 진행 정도·관할 중복 여부에 따라 경찰·중수청·공소청으로 처리 경로가 갈리는 구조여서, 개별 사건의 실제 승계 여부를 가리려면 합수본을 주관해 온 검찰 측 자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법 시행령은 다른 수사기관이 사건 이관을 서면으로 통보하면 중수청이 원칙적으로 7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수본 사건의 승계 절차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이 통보·회신 건수를 통해 가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합수본의 규모와 성과를 감안하면 더 두드러지는 공백이다. 수원지검 마약합수본은 검찰·경찰·관세청·해양경찰·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국가정보원·금융정보분석원(FIU)·서울시 등 8개 기관 86명이 참여한 범정부 조직으로, 출범 후 6개월간 마약류 사범 235명을 입건하고 109명을 구속한 실적을 냈다.
정부는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보이스피싱·마약 등 민생과 직결된 수사를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며 합동수사과 5개를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청 마약합동수사과를 통해 경찰청·관세청·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과 범정부 합동수사를 수행하겠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파견 인력은 경찰 20명·관세청 1명 확정에 그쳤고, 사건 승계 실태를 보여줄 자료마저 나오지 않으면서 ‘차질 없는 수사’와 ‘범정부 협업’이라는 정부 설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은 “범정부 합동수사를 표방하며 새 조직을 출범시켰다면 기존 사건의 인계와 처리 현황부터 명확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국감에서 사건별 승계 현황과 수사 공백 방지 대책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