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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디지털자산법

06.10.2026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언제쯤 통과될까요? 한국에서도 무기한 선물 상품 시장이 열릴까요?”

최근 블록체인 행사에서 만난 해외 기업 관계자들이 잇따라 던진 질문이다.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되레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한국 정부가 왜 디지털자산에 여전히 보수적인지, 기본법은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가상화폐 파생상품이 한국에서 허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디지털자산 사업 의지가 높아 해외 기업들도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도 국내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제도를 기다리기보다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토큰증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년 2월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발행 방식과 토큰화 대상이 제한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관계자가 최근 행사에서 “한국에서 1등 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해외 진출 배경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은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업이 가능한 시장을 찾아 먼저 움직인다. 제도 정비가 지체될수록 국내 기업조차 해외에서 사업 모델을 검증하고 고객과 경험을 쌓게 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시도할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아 해외가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의 속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은 단순히 가상화폐 산업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차세대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먼저 시작되고 성장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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