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중국계 미국 작가 이윤 리의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경찰의 첫 마디는 “이걸 좋게 말할 방법이 없네요”였다. 열아홉 살 둘째 아들 제임스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리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 2017년에 열여섯 살이었던 첫째 아들 빈센트도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리는 첫째 아들을 잃은 뒤 ‘이성이 다하는 곳’(2021)이라는 소설을 쓴 바 있다. 자신과 떠나간 아들이 문학과 언어, 삶과 죽음을 두고 대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둘째 아들 제임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훨씬 어려웠다. 생전 말이 적었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아들을 함부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가 붙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실이었다. 그는 기록을 통해 제임스에게 다가가려 했다.
202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리의 에세이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작품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비탄’이나 ‘애도’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은 삶의 극한에 관한 책”이라며 “세상 어느 부모도 머물고 싶지 않을 만큼 깊은 심연의 자리에서 쓴, 사실과 논리에 관한 책”이라고 말한다. 또 “이 책에서 나는 당신이 내게 묻고 싶어 할 법한 질문을 하지도, 당신이 이 책에서 기대할지 모를 결론 같은 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의 말대로 책에는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의 변명도, 극복과 치유에 대한 서사도 없다. 오히려 저자는 ‘애도’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한다. “아이의 죽음은 폭염도 폭설도 아니다. 서둘러 통과해 이겨야 하는 장애물 경주도 아니고, 회복해야 하는 급성이나 만성 질환도 아니다. 애도란 결국 그 단어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하나의 지름길로 축약해 버리는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들의 죽음 이후에도 저자는 일상을 이어간다. 예정돼 있던 피아노 레슨에 가고, 마감을 앞둔 원고를 쓴다. 건강한 재료로 요리를 하고, 정원에 구근을 심는다. 그때마다 떠올린 문장이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였다. 이 책의 제목이다. “내 정원은 희망이나 재생의 비유가 아니다. 꽃이 밝음과 낙관의 전령 노릇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자살하거나 분노하는 장미는 없고, 우울하거나 반항하는 백합도 없다. 식물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 있다. 바로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에게 상실이 만든 심연은 언젠가 빠져나와야 할 곳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서식지다. 그곳에 쭉 머물러야 하기에 서둘러 슬퍼할 이유도 없다.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일은 그의 삶이 다할 때나 끝날 것이다. “내게 주어진 것은 오직 이 심연이며, 그것이 내 삶이다.”
이 책은 2026년 퓰리처상과 앤드루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고, 2025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사실과 언어, 그리고 삶의 지속을 끝까지 응시하는 절제되고 결연한 수용의 회고록”이라고 평가했다.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이 책에 대해 “경외한다”고 했다.
다산책방, 25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