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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710번 불쑥 찾아갔는데”…쿠팡이 법원에 간 이유

04.10.2026 1분 읽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할 때 사전에 조사 사실을 통지한 사례가 최근 4년간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쿠팡은 올해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으면서 “7일 전에는 알려달라”며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정위 6개 실·국과 서울·경인·지방사무소 6곳 등이 실시한 현장조사는 총 701건이다. 실제 현장조사가 이뤄진 건수도 701건으로 조사 이행률은 100%였다.

하지만 조사에 앞서 사전통지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특정 기업이나 사건에 한정된 예외적인 대응이 아니라 공정위 현장조사가 사실상 ‘불시 조사’ 방식으로 이뤄져온 셈이다.

공정위가 조사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사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 기업이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숨기고, 임직원이나 거래 상대방과 대응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갑작스럽게 현장에 들어가 자료를 확보해야 조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이 같은 관행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올해 8월 쿠팡의 할인 비용 납품업체 전가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서자 쿠팡은 “조사 7일 전 서면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현장조사 결정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까지 냈다.

쿠팡이 근거로 든 것은 행정조사기본법이다. 이 법은 원칙적으로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7일 전까지 조사 목적과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이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 제외 법률에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반대 논리를 폈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조사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조사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별도의 사전통지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사 사실을 미리 알릴 경우 자료 은닉이나 조사 방해 등으로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법정에서도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경우 “사업자가 집행정지를 통해 조사 자체를 중단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고, 조사 실시 여부와 시기가 사업자 대응에 좌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의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조사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며 “기업의 가처분 소송으로 공정위 조사가 무력화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일단 공정위의 조사 자체를 멈춰 세우지는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6-2부는 지난달 23일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장조사 결정으로 신청인에게 발생할 불이익에 비해 그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 효력은 되살아났고 공정위는 조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재항고했다. 다만 재항고만으로 공정위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이 다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조사의 적법성과 사전통지 의무가 실제로 적용되는지 여부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면 공정위의 법 집행이 지연되고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사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과거보다 기업의 경계심이나 거부감, 반발이 표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실체적 위법행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조사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지면 기업과 공정위 양측이 서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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