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법궁이었던 경복궁에서 631년 만에 일반인의 결혼식이 2일 오후 진행됐다고 국가유산청이 밝혔다. 즉 631년 전은 경복궁이라는 궁궐이 창건된 1395년이다. 사실상 경복궁에서 일반인의 결혼식은 처음인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우리 문화유산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궁궐 내 결혼식을 추진했고 가장 적당한 곳으로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앞 야외 은행나무 쉼터를 정했다. 그리고 이날 1호 결혼 커플이 나왔다.
이날 오후 4시 한복과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에스토니아 출신 유튜버 마이 씨가 국립고궁박물관 은행나무 쉼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최초로 외국인 미스 춘향에 선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마이 씨는 한국으로 유학 와서 현재 ‘김치귀신 마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10년 전 이날 한국에 왔다고 한다.
결혼식은 신랑은 턱시도, 신부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국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인 신랑과 에스토니아 신부가 혼인서약서를 함께 소리 내서 읽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참석한 모친들은 글썽그렸다. 이번 결혼식에 대해 마이는 “경복궁에서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며 “저희의 결혼을 더 많은 분께 알리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궁궐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궁박물관에서 결혼해’(고결)라고 이름 붙은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이 문화유산의 활용 확대를 위해 내놓은 ‘회심의 역작’이다. 국가유산청은 결혼 희망자를 공모했고 여기에 무려 293쌍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 다문화가정, 국제결혼, 군인, 소방, 경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과 문화유산 및 예술 분야 종사자 등 총 28쌍의 다양한 직군의 커플이 선정됐다. 이들은 이날부터 10월 8일까지 매 주말과 휴일에 하루 2회씩 결혼식을 무료로 갖게 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오늘 행사는 이번에 첫 출발하는 한 쌍의 행복도 되지만 대한민국의 궁궐을 국내외에 자랑하는 또 다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며 “서로 다른 문화와 공간에서 살던 사람들이 하나로 맺어지는 것처럼 한국의 문화유산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청년세대의 결혼비용 부담을 줄이고, 일상 속에서 국가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성공에 힘입어 국가유산청은 내년에는 봄과 가을에 총 80쌍의 야외 결혼식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마이 씨와 한복 관련 행사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이날 행사에 앞서 현장을 방문하고 축하 난 화분도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아름다운 문화유산 공간에서 두 분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축하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이번 사업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 일상 가까이서 누리게 함과 동시에 결혼을 앞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또 “올해 28쌍을 시작으로 내년 80쌍까지 확대되는 만큼, 더 많은 청년들이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