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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던 공정위, 제재 처분 80%는 법원에 막혔다

03.10.2026

올해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처분 집행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 신청 10건 중 8건이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공정위의 행보에 법적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공정위의 초기 조사까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들이 공정위 처분과 관련해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은 39건이다. 이 가운데 18건은 전부 인용됐고 13건은 일부 인용됐다. 전체 신청의 79.5%인 31건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셈이다. 기각된 건은 2건(5.1%)이고 나머지 6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집행정지는 기업이 “공정위 처분의 적법성은 나중에 본안 소송에서 따지더라도 일단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분을 멈춰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과징금을 내라고 명령했을 때 기업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멈춘다.

이런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최근 들어 높아지는 모습이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집행정지 신청은 36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인용 156건과 일부 인용 65건을 합쳐 61.4%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반면 기각은 131건으로 36.4%였다. 연도별로 보면 2024년 64.5%였던 인용률은 지난해 73.5%로 높아졌고 올해는 79.5%까지 올라갔다. 반대로 기각률은 2024년 32.3%, 지난해 23.5%에서 올해 5.1%로 뚝 떨어졌다.

집행정지가 인용됐다고 해서 공정위 처분이 잘못됐다고 법원이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처분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따져 결정한다. 처분 자체가 적법한지 여부는 별도의 본안 소송에서 판단한다.

올해는 특히 기업들의 법적 대응이 공정위의 ‘최종 처분’에서 ‘조사’ 단계로 앞당겨지고 있다.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공정위가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 관련 내부거래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린 자료 제출 명령을 대상으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9일 이를 받아들여 자료 제출 명령의 효력을 내년 1월 31일까지 정지했다. 이에 대해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조사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며 “기업의 가처분 소송으로 공정위 조사가 무력화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쿠팡은 한 발 더 나아가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 자체를 대상으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만 서울고법은 지난달 23일 쿠팡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장조사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가더라도 쿠팡에는 회복될 수 없는 손해 및 피해가 없음을 증명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사 방법이나 조사권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위법행위의 실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기업과 공정위 양측이 서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게 된다”며 “공정위가 임의 조사 대신 강제 조사를 택하면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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