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미 투자 대상으로 텍사스 가스발전소와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투자 규모를 500억 달러 이상으로 제시했다. 전체 대미 투자 약정 3500억 달러 가운데 조선 협력(1500억 달러)을 제외한 2000억 달러의 사용처 대부분이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알래스카 LNG 사업이다. 우리 정부가 ‘추가 검토’ 과제로 남겨뒀음에도 미국은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며 일방적으로 공표했다. 양국 간 합의도, 사업성 검증도 없이 동맹국을 압박해 위험이 큰 초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것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혹한과 동토를 뚫고 가스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고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비 증가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반영하지 못하면 투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엑손모빌 등 거대 에너지 기업들마저 2017년 관련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뗀 이유다.
더욱이 이날 백악관 발표 현장에는 우리 측 관계자 없이 알래스카의 공화당 정치인 등 미국 측 인사들만 대거 참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미 투자를 이용한 셈이다. 반면 대미 투자 협상을 이끌어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 한국과 미국이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며 사실상 ‘투자 확정’을 부인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저한 사업성 검증을 관철해야 한다.
대미 투자는 우리나라 내년 예산의 58%를 쏟아붓는 중대한 결정이다. 일부 프로젝트의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 다른 사업의 수익을 조정해 원리금 회수의 안정성을 높이는 ‘리스크 풀링’ 제도를 마련했다지만 안심할 수 없다. 알래스카 LNG 사업에는 공사비 상한선과 최소 수익 보장 장치 등 여러 겹의 안전판이 필수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미국이 제시한 투자 액수나 일정이 아니라 국익이다. 대미 투자의 대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을 끝까지 따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