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전략적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협력 틀도 마련했다. 한국 정부가 추후 진행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한국이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공식 집무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미 간 대미 전략투자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발표하는 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 패키지는 핵심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공고히 하며 한국 및 태평양 지역 전체와의 파트너십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한국과의 무역 협정에 따라 한국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관세를 15%로 인하해줬다”고 말했다.
첫 사업인 ‘프로젝트 스타(Project Star)’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23억 달러, 발전설비 규모는 6472MW(메가와트)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 개시가 목표다.
한미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이 중 최소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로 지어진다. 사업명은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다. 비용은 대미 투자 자금에서 건설비 1000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이 중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이 대상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들 원자로가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 주에 지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원전을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 연방 정부 소유 부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곳들이다.
다만 아직 원전 8기의 구체적인 사업구조와 건설 일정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미는 앞으로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사업을 구체화한 뒤 각 프로젝트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 등을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한다.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지분 5~10%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확보하는 식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을 놓고는 양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을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라 부르며 대미 투자 추진 사업 목록에 올렸지만 사업성이 아직 담보되지 않은 만큼 양국이 사업 검토에 착수한다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공식화 하며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엄청난 승리”라며 성과를 부각했다. 러트닉 장관은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업을 발표한 백악관 공식 집무실에는 러트닉 장관 외에도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자리하기도 했다.
정부에 따르면 향후 사업이 추진될 경우 미국 측은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한편 한국에 알래스카 LNG 우선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양국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개별 프로젝트가 투자 원리금을 먼저 회수하더라도 해당 사업의 수익 배분비율을 곧바로 1대9로 바꾸지 않고,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의 총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모든 사업에서 한미 5대5 배분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