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16%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 돈 가져다 쓸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 자본들이 먼저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겠어요?”
대미 투자 협상이 한창이던 중 국제 투자에 정통한 전문가가 한 말이다. 정부가 대미 투자 과정에서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을 관철해 낸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여기에만 집착하면 투자할 만한 사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양국 정부가 개입하는 사업인 만큼 민간에만 맡겨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대미 투자 과정에서 적합한 사업을 선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 협상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협상 초기 미국 측이 제안한 사업들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한숨부터 밀려왔다”며 “깊게 볼 것도 없이 대부분 수지가 맞기 어려워 보였다”고 전했다. 수익률이 높고 위험이 낮은 사업들은 미국 자본시장에서 얼마든지 돈을 융통할 수 있으니 미국 정부의 힘을 빌려보려는 사업들의 사정이 하나같이 어려운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1호 사업을 추려내는 데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린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대미 투자의 전략적 측면을 보다 중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가령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안보 협상을 통해 권한을 확보한다 해도 당장 국내에서 실시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재처리 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염이 막대해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것부터 난제여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핵연료 재처리를 먼저 시도하는 사업을 했다면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이익이 됐을 것”이라며 “이런 사업을 가져오면 원금을 까먹는다 해도 힘을 실어주고 싶었는데 정부안은 그런 측면이 부족하더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비경수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나 핵융합로, 우주 개발, 희토류 정제련 시설 역시 한국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면서 한미가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군으로 꼽을 수 있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계산기만 두드리며 동동거리기보다 과감히 전략적 합리성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