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법인과 생활협동조합 등도 농지를 매입해 실경작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농지은행 예산만으로는 고령 농가의 농지 매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 예산은 2조 305억 원이다. 이 예산으로 매입할 수 있는 농지는 5850㏊로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농지 심층조사 대상 면적의 0.75%에 불과하다. 농지 전수조사 이후 처분 대상 농지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취지지만 매입 주체 확대만으로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투기가 명백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해도 농민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다. 농지 소유와 경작이 분리된 농촌 현실을 살피지 않은 채 ‘경자유전’ 원칙만 앞세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조사 자체보다 위법 판정에 따른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이다. 투기 목적의 보유와 상속·이농·고령화에 따른 임대차나 휴경을 어떻게 구분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보완책도 땜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000만 원 미만인 농가가 전체의 73.9%에 달한다.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도 67.7세다. 투기 단속만으로는 고령화와 영세농이 안고 있는 농지 문제를 풀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29일 고령농이 이웃에게 경작을 맡긴 농지를 단속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묵히는 밭을 활용한 ‘태양광 농사’가 유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전수조사는 위법 농지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해 정책을 설계하는 기초 자료가 돼야 한다. 정부는 투기와 관행적 임대차를 가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임대수탁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 공공 매입과 함께 농업법인 등 다양한 경영 주체가 유휴 농지를 빌려 경작할 길을 넓혀야 한다. 농지를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누가 지속해서 활용하느냐에 정책의 무게를 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