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와 양자통신 등 차세대 통신기술을 둘러싼 국내 통신사들의 해외 특허 선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AI와 차세대 통신망을 결합한 기술까지 특허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도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등 분야에서 해외 권리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양자통신 등 핵심 기술의 해외 권리를 확보해 차세대 통신기술 경쟁에 대비하고, 이를 수익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28일 통신3사의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통신3사가 보유한 특허 등은 6월 말 기준 최소 1만2924건이다. KT는 국내 3848건과 해외 2190건 등 총 6038건의 등록특허를 보유했고, SK텔레콤은 국내 2869건과 해외 1862건 등 총 4731건을 보유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등록특허·실용신안 2155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등록특허 규모는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KT와 SK텔레콤의 해외 등록특허 보유 규모는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KT의 해외 등록특허는 2023년 상반기 1811건에서 올 상반기 2190건으로 3년 새 20.9% 늘었고,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1631건에서 1862건으로 14.2% 증가했다. KT와 SK텔레콤의 보유 해외 특허 비중은 각각 36.3%, 39.4%다.
통신사들은 특히 양자통신과 엣지컴퓨팅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의 해외 권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KT는 양자키분배(QKD) 관련 기술을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로 확보했다. 일부 양자통신 채널에 장애가 발생해도 암호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기술 등이다. SK텔레콤은 엣지컴퓨팅과 차세대 무선접속망(RAN) 구조 관련 기술을 미국에서 등록했다.
아직 개별 국가에서 특허로 등록되지 않은 국제출원에서도 AI와 차세대 통신망을 결합한 기술이 눈에 띈다. KT는 향후 6G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AI·머신러닝(ML) 기반 통신기술을 미리 특허로 출원하며 표준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ML 모델의 예측 결과를 활용한 조건부 핸드오버 기술을 PCT 국제출원했다. AI의 예측 결과를 토대로 기지국이 단말에 조건부 핸드오버 정보를 제공하고, 단말이 신호 세기와 품질 등을 측정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기지국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이 향후 국제표준에 반영될 경우 다른 기업들도 표준에 따라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KT는 보유 특허를 라이선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무선접속망과 분산된 엣지 데이터센터를 연동해 AI 연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을 PCT 국제출원했다. 단말에서 AI 연산 요청이 발생하면 네트워크와 여러 엣지 데이터센터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곳에 연산을 배분하는 기술이다. AI-RAN 실증과 함께 관련 연구 성과를 글로벌 표준 논의에 반영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KAIST와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구성 기술을 공동개발해 국제출원하는 등 해외 권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해외에서 차세대 기술의 권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제표준에 포함된 특허가 대규모 라이선스 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특허분석업체 렉시스넥시스IP는 5G 특허 라이선싱 시장을 연간 약 150억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통신·장비 기업들도 AI 기반 망 제어와 RAN, 엣지컴퓨팅 등 국제표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핵심 후보 기술을 표준 확정 전에 특허로 권리화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차세대 기술의 특허와 기술·콘텐츠 등 보유 지식재산권(IP)을 라이선스 사업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KT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지적재산권의 관리, 라이선스 및 기타 처분에 관한 사업’을 추가했다. 현재 특허 매각과 기술이전, 라이선스 허여, 특허풀 참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활용 대상과 방식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LTE 시대부터 글로벌 특허풀에 참여해왔으며 비디오 코덱과 이동통신 분야 특허 등을 라이선스해 로열티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G는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어떤 기술이 표준에 반영되느냐를 놓고 글로벌 경쟁이 진행되는 단계”라며 “표준화 이전에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주요 국가에서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기술 경쟁력과 라이선스 협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