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부산광역시 등이 세계 금융중심지 순위 지표로 활용되는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 산출 컨설팅사에 약 2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GFCI 산출 과정에 온라인 설문평가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8일 서울시와 부산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서울과 부산시·부산국제금융진흥원이 2018년 이후 영국 컨설팅사 지옌(Z/Yen) 관련 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총 20억 233만 원이다. 이 가운데 지옌에 직접 지급한 금액만 19억 8949만 원이다.
GFCI는 지옌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하는 세계 금융중심지 경쟁력 지수다. 16일 발표된 순위에서 서울은 7위에 꼽혔다. 부산은 올 3월 23위, 9월 22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51위에 그쳤지만 6년 새 크게 상승했다. 부산만 해도 순위 상승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조성 같은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용해왔다.
업계에서는 평가 대상인 지자체가 산출 기관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급한 것을 두고 지수의 객관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2018년 지옌 멤버십에 가입한 뒤 올해까지 연회비로 15억 3169만 원을 집행했다. 지출 목적은 글로벌 금융 관계자 대상 서울 금융중심지 및 투자 유치 홍보, 외국인 투자 발굴, 도시 홍보물 제작 등이다.
부산의 금융중심지 육성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관련 사업에 4억 6318만 원을 집행했다. 연회비뿐 아니라 국내외 투자설명회(IR), GFCI 국내 발표행사, 금융전문가 초청, 해양금융 관련 연구 등에 예산을 사용했다.
문제는 GFCI의 순위 산출 과정에서 주관적 평가가 핵심 지표로 쓰인다는 점이다. GFCI는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제공하는 정량지표와 금융인 설문 평가를 활용해 산출한다. 금융인들이 각 도시에 매긴 점수와 도시의 정량지표를 반영해 산출한 점수를 합쳐 최종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금융인 설문에 직접 참여해본 결과 이름과 소속, 전문 분야 등을 입력하면 별도의 재직 여부 증빙 절차 없이 응답할 수 있었다. 응답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금융중심지를 골라 각 도시의 금융 산업 적합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10점을 주면서 뉴욕·런던·홍콩에는 각각 1점을 매기는 식의 응답도 가능했다.
실제 부산은 금융인 평가 점수와 정량지표가 반영된 최종 점수 간 격차가 크다. 부산의 금융인 평가 점수는 832점으로 1위 금융중심지인 뉴욕과 같고 2위인 런던(811점)보다 21점 높았다. 반면 최종 점수는 737점으로 뉴욕(761점)과 런던(757점)을 밑돌았다. 지옌은 평가 점수와 최종 순위 간의 격차가 “강한 마케팅의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중심지혁신포럼 회장인 이유태 부경대 교수는 “GFCI는 마케팅에 따라 순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자체가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 것은 결국 컨설팅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서울과 부산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금융중심지의 성과를 외부기관 순위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며 “서울과 부산이 실질적인 금융중심지로 성장하려면 이전한 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 전문인력까지 모일 수 있어야 한다. 금융사 유치와 일자리 증가 등 실제 변화로 함께 확인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