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기 관광도시들이 관광객 급증에 대응해 숙박세, 출국세 등 관광 관련 세금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수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비용만 늘릴 뿐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각) 일본 교토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몰타, 몰디브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세 부과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관광 관련 세금으로 연간 각각 10억 유로(약 1조 5515억 원) 이상을 걷고 있으며, 그리스의 관광세 수입은 지난해에만 약 3분의 2 늘었다. 영국 잉글랜드 역시 이달 지방 시장들에게 관광객 대상 별도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부여하기로 했다.
관광세 확대 흐름의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믿 이후 폭증한 국제 관광 수요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겹쳐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집계로 지난해 국제 숙박 관광객은 15억 4000만 명에 달했다.
FT는 각국 사례를 종합할 때 관광세가 지방 재정 확충에는 효과적이지만 인기 관광지의 방문객 수 자체를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4월부터 숙박시설 유형에 따라 관광객 1인당 1박 최대 12유로(약 1만 8600원)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이 세수 일부는 폭염 대비 공립학교 냉방시설 설치 등 주민 생활환경 개선 사업에 투입된다. 바르셀로나 관광당국은 이를 방문객 수 확대 위주의 ‘양적 관광’에서 지역사회에 더 큰 가치를 남기는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광세가 혼잡 문제 해결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베네치아는 2011년 숙박 관광객 대상 세금을 도입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도 입장료를 부과했지만, 방문객 수는 오히려 계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베네치아 당국은 5~10유로(약 8000~1만 6000원) 수준이던 당일 관광객 입장료를 최대 30유로(약 4만 7000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도 관광객 급증에 맞춰 각종 부담금을 올리고 있다. 교토시는 지난 3월 숙박세 최고 세율을 종전 대비 약 10배 인상해 1인당 1박 최대 1만 엔(약 8만 6000원)으로 올렸다. 일본 정부도 지난 7월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1000엔에서 3000엔(약 2만 6000원)으로 세 배 인상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5년 약 700만 명에서 지난해 4300만 명으로 급증했다. 교토의 경우 지난해 해외 관광객이 1300만 명에 달하면서 교통·관광 인프라, 사찰과 도심 혼잡 문제가 한층 심각해졌다. 일본 정부는 늘어난 출국세 수입을 도쿄·교토·오사카에 편중된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고 있다. 다만 올해 예산 일부는 지방의 야생 곰 개체 수 관리, 벚나무를 갉아먹는 해충 방제 등에도 배정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연간 관광객 수를 2000만 명 이하로 묶는다는 목표 아래 관광세를 계속 올리고 있다. 현재 숙박료의 12.5%를 부과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를 2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숙박 관광객에게 집중된 관광세 구조가 오버투어리즘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얀 판데르보르그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관광경영학 교수는 “숙박세는 지역에 여러 날 머물며 소비하는 관광객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반면, 당일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피해가기 쉽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관점에서 보면 식당·상점·관광시설 등에 더 많이 소비하는 장기 체류 관광객, 즉 가장 가치가 높은 방문객에게 오히려 세 부담이 몰리는 셈이다.
호텔업계는 관광세 인상의 실제 부담이 온전히 관광객에게만 전가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숙박업 데이터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새 관광세가 도입될 때 호텔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세금 일부를 자체적으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 통상 호텔이 인상분을 객실 요금에 완전히 반영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리고, 그 기간 객실당 실제 수입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호텔·외식업계 단체인 UK호스피탤리티는 관광세가 숙박료의 5% 수준으로 부과될 경우 영국에서 최대 3만 3000개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WTTC가 지난 2월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5분의 1이 기존 관광세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여행지 대신 다른 곳을 선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FT는 “관광세가 지방정부에 안정적 세수를 안겨주는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하지만 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숙박업과 지역 관광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관광객 억제와 세수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각국의 숙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