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후 막걸리, 러닝 후 맥주.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술도 더 마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그 운동이 술로 인한 간 손상을 막아주기도 한다.
최근 스포츠 전문 학술지 ‘PLOS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동한 날에는 그렇지 않은 날보다 음주량이 늘어나는 패턴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보상 심리를 꼽는다. ‘오늘 운동했으니까 한 잔쯤은 괜찮다’는 생각이 실제 음주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러닝 크루 모임, 등산 동호회 뒤풀이처럼 운동이 사회적 활동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주 기회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운동 후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기분을 끌어올리면서 음주 욕구를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운동이 술로 인한 간 손상을 실제로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다.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 나가 찰라사니 교수팀이 약 6만명을 분석한 결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과음자는 그렇지 않은 과음자보다 간 질환 사망 위험이 36% 낮았다.
폭음자의 경우 운동으로 위험이 69%까지 줄었다. 식단까지 함께 관리하면 효과는 86%로 뛰어올랐다. 이 연구는 간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Hepatology’에 게재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면죄부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알코올 섭취 후 24시간 동안 근육 단백질 합성이 15~20% 저하되고 테스토스테론·성장호르몬 분비도 줄어 운동 효과 자체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음주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술을 계속 마시는 사람에게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 의미 있는 보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술을 끊을 수 없다면 최소한 운동은 하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