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의 지출 사업 95% 이상이 정부 부처의 요구안대로 반영되거나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31개 사업 가운데 기획예산처 심의 과정에서 감액된 사업은 6건에 그쳤다. 원안이 유지된 사업에는 아동기본수당(2조 9300억 원), 농어촌 기본소득(1조 1700억 원) 등 해마다 재정 투입이 필요한 복지성 사업도 포함됐다. 교육부의 산학연 협력 고도화 지원 사업은 부처 요구액의 두 배가량인 5519억 원으로 편성됐고 지역균형발전장학금도 2854억 원에서 3280억 원으로 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따른 재원 부족분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올해 정부의 초과세수는 6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대응기금 재원은 내년 편성액 162조 3000억 원과 합쳐 222조 원을 넘게 된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가 급증한 데다 증시 활황에 따른 세수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재원이 불어나는 데 비해 적립과 지출에 대한 기준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사업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는 주요 지출 항목의 30%까지 국회 심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지방계정 사업비는 최장 3년까지 이월해 쓸 수 있게 하는 예외도 추진하고 있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이월을 허용하면서 사유를 검증할 장치는 미흡하다. 이른바 ‘재정 저수지’에 물을 채우면서 지출을 통제할 수문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셈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등 국가의 성장 동력에 투자하고 세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재원이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잠재성장률과 재정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채를 발행하면서 거액의 기금을 적립한다는 비판과 재정 안정화 기능이 약하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면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출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상시적인 복지 지출과 미래 성장 투자를 구분하고 사업별 성과도 따져야 한다. 지방 사업 역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국회는 후속 입법 과정에서 기금의 적립·인출 요건과 지출 변경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의 쌈짓돈’이라는 우려를 걷고 미래 세대에 성장의 발판과 재정 여력을 함께 물려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