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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대학 독차지…공공기관 카르텔 우려낳는 지역인재제도

26.09.2026 1분 읽기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공공기관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의 혜택이 특정 대학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금융공공기관이 지역인재 의무채용으로 선발한 이들의 90%가 3개 대학 졸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에 위치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18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지역 인재 의무 채용으로 선발한 대졸자 244명 중 219명(89.8%)이 부산대·부경대·동아대 출신이었다.

부산에 본점을 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역 인재로 채용한 대졸자 111.5명 중 103.5명(92.8%)도 이들 3개 대학 출신이었다. 대구혁신도시에 있는 신용보증기금의 편중도 두드러졌다. 신보가 지난 9년 동안 지역 인재로 뽑은 279명 중 216명(77.4%)이 경북대·영남대를 나왔다.

특정 대학 출신들의 조직 내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주금공의 부산 주요 5개 대학(부산대·동아대·부경대·한국해양대·부산외국어대) 졸업자 비중은 2018년 말 전체 재직자의 11.3%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지역 대학 출신자가 늘더니 2021년 14.7%, 2024년 17.4%, 올해 7월 말 18.1%까지 상승했다. 현재 재직자 892명 중 161.5명이 5개 대학 졸업자인 셈이다. 캠코는 현재 재직 인원(5급이상)의 10.3%(158명)가 부산대 출신이고 신보는 9.4%(208명)가 경북대 졸업자였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사실상 특정 대학 채용 몰아주기로 변질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2018년 지방 공공기관은 지역 내 대학·고등학교 졸업생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2018년 18%로 시작한 의무채용 비율은 매년 3%포인트씩 상향돼 2022년부터 30%가 적용되고 있다.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였지만 정작 지역 소수 대학에 혜택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신규 채용자가 특정 대학 출신에게 편중될 경우 장기적으로 조직 구성이 획일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주요 직책에 올라서는 10년 뒤 조직 내 파벌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 부문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조직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영남권으로 본사가 이전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특정 대학 출신들이 인원 수에 비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내부에서는 이미 카르텔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책은행의 경우 여타 공공기관보다 채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채용이 타 지역 출신 지원자에는 역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대 국책은행의 연간 정규직 채용 규모는 지난해 기준 IBK기업은행 348명, 한국산업은행 168명, 한국수출입은행 88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를 선발하는 권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부산권, 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전북권, 충청권, 강원권, 제주권 등 8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주요 금융공공기관이 위치한 영남권이 부산, 대구·경북, 울산·경남으로 세분화되면서 풀이 좁아 특정 대학 쏠림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충남·충북·대전·세종을 모두 포함해 충청권으로 구분되는 충청지역 공공기관은 출신 대학의 다양성이 보다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인재 정의 자체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는 해당 권역에 소재한 대학·고교를 졸업해야 인정된다. 서울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해당 지역에서 대학을 나오면 지역인재로 인정이 되지만, 해당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인재가 아닌 셈이다. 대학은 외부 지역에서 나왔더라고 지역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청년까지 지역인재로 인정하면 쏠림 문제는 완화하고 제도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이 잘되려면 좋은 인재를 뽑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 인재의 범위를 지역 대학·고교 졸업자가 아닌 초·중·고교 졸업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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