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해마다 몸집을 불리면서 지난해 추석 연휴가 낀 달의 피해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오배송, 선물 등록 등을 빌미로 한 스미싱과 사기 전화가 명절 전후로 집중적으로 기승을 부린 결과다.
24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추석이 낀 달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1년 9월 516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011억원으로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발생 건수는 1812건에서 1981건으로 169건 증가에 그쳐, 건수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당 평균 피해액도 함께 뛰었다. 지난해 10월 건당 평균 피해액은 5100만원으로, 2021년 9월(2850만원)보다 78.9% 많았다. 피해자 한 명이 떠안는 손실 자체가 커졌다는 의미다.
피해는 수도권에 쏠렸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는 516건, 324억원의 피해가 났고 경기남부에서도 402건, 17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두 지역 피해액을 더하면 496억원으로 전국 피해액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범행 수법도 명절 특수에 맞춰 다양해졌다. 택배 주소가 잘못됐다거나 추석 선물을 등록하라며 악성 앱 주소를 문자로 보내는 스미싱, 명절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접근하는 전화 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거점 조직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로 송환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4년 199명, 지난해 261명, 올해는 8월까지 30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명절 전후 피해가 불어나는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설·추석 연휴 전후(1~2월, 9~10월)에 발생한 피해 건수는 4만4883건, 피해액은 4650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피해액도 2020년 1~2월 940만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150만원으로 2.3배 뛰었다. 같은 기간 기관 사칭형 수법이 전체 피해의 70%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명절철 국지적 피해 급증이 전체 범죄 추세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예지 의원은 “특히 고령층 등 금융 사기 취약 계층이 명절 기간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경찰과 금융·통신 당국이 보다 촘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