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해 취업한 뒤 일자리를 잃거나 그만둬 학자금대출 상환을 미룬 3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진 데다 취업 이후에도 소득 공백을 겪는 사례가 늘면서 학자금 빚 부담이 30대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23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상환유예’ 승인을 받은 30대는 8475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7346명보다 15.4%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30대 유예자는 2024년 20대(6587명)를 처음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20대 유예자는 6190명으로 줄면서 두 연령대의 차이는 2285명까지 확대됐다. 상환유예자의 연령별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에서도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체 유예 금액 243억 3100만 원 가운데 30대 몫은 150억 1900만 원으로 61.7%에 달했다. 20대 유예 금액은 89억 2600만 원이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연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에 따라 갚아야 할 금액이 정해지는 제도다.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납부액이 부과된 뒤 실직·폐업·퇴사·육아휴직 등으로 현재 소득이 끊기면 상환 시기를 미룰 수 있다.
유예가 반복되거나 종료 후 체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해 두 차례 이상 유예 승인을 받은 사람은 2021년 488명에서 지난해 1320명으로 2.7배 증가했다. 이들의 유예 금액도 같은 기간 12억 1600만 원에서 38억 6100만 원으로 3.2배 불어났다.
상환을 미뤄도 빚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22년 경제적 곤란을 이유로 2년간 상환을 유예받은 7892명 가운데 2025년 말 현재 1263명이 체납 상태였다. 유예자 6명 중 1명꼴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갈수록 악화하는 청년 고용시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7만 2000명보다 19만 3000명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첫 직장에 들어가는 시점도 뒤로 밀리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걸린 20~34세 청년의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25년 33%로 높아졌다. 올 5월 기준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도 4년 5.7개월로 전년 동월보다 1.3개월 길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7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김지운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채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이 확대되면서 청년이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고 있다”며 “AI 확산 이후 국내외에서 청년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흐름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렵게 취업한 뒤 다시 노동시장을 떠나는 청년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업 경험이 있는 20~34세 ‘쉬었음’ 청년은 2019년 36만 명에서 2025년 47만 7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30~34세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도 15.8%에서 30.7%로 상승했다.
한은은 최근 1년 이내 직장을 그만둔 ‘쉬었음’ 청년의 경우 개인·가족 문제나 근로조건 불만 등에 따른 자발적 퇴사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비자발적 퇴직도 2024년부터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학자금대출 상환유예자가 20대보다 30대에서 더 많아진 것은 취업과 소득이 안정돼야 할 시기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민생 상황을 엄중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