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추석 명절에도 국내외 경영 현장을 방문하며 올해 사업을 점검하고 내년 경영 구상에 나선다. 추석 이후 잇달아 발표될 3분기 실적 점검이 끝나면 내년 사업 계획과 투자·예산 배분, 최고경영자(CEO) 평가 및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앞둬 총수들의 발걸음은 연휴에 더 분주해지는 양상이다. 재계의 ‘2027년 경영 시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용·최태원 회장 뉴욕행
빅테크와 AI·반도체 협력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해외에 머물며 현장 경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주요 사업 현안을 직접 점검해왔다.
2023년 추석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았고, 2024년 추석에는 폴란드 삼성 가전 공장을 방문했다. 같은 해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살폈다. 지난해 추석에도 해외에서 현장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갈라 디너’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는 것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에 맞춰 미국 사업장 및 고객사 대표 등을 만나 반도체·AI(인공지능) 사업 확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같은 날 행사에 참석해 황 CEO와 만난다. 두 사람의 이른바 ‘AI 깐부’ 회동이 뉴욕에서 다시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에 동행해 현지 기업들과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구광모·구자은 회장 멕시코행
현장 점검 북미 사업 확대 모색
구광모 LG(003550) 그룹 회장 역시 멕시코 순방 경제 사절단에 참여해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탠다.
구 회장은 앞서 21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 등 최고경영진과 회의를 열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확대에 이어 멕시코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LS(006260) 그룹 회장도 멕시코를 방문한다. LS그룹은 현지에서 전선과 전력기기, 전기차 부품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 직접 사업 현장을 살피며 북미 시장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회장, 국내 머물며
모빌리티·美 관세 대응 점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 별도의 해외 일정 없이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실적과 내년도 사업 전략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수소를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미국 관세 대응 전략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계획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방산·조선·우주 묶는다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도
김승연 한화(000880) 그룹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자택에 머물며 향후 경영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최근 방산과 조선, 우주 사업을 하나의 핵심 성장축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항공우주 사업 영역을 넓히는 한편 미국에서는 필리조선소 현대화와 오스탈USA 인수 추진 등을 통해 현지 사업 거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김 수석부회장은 연휴 기간 방산·우주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고 ‘한국판 스페이스X’를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포스코·롯데·신세계도
올해 경영 점검·내년 전략 구상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도 국내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이후 사업 재편과 미래 성장 전략을 직접 챙겨온 만큼 최근 발표한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 이어 미국 조선소 인수나 지분 투자 등 후속 투자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역시 짧은 휴식과 함께 그룹 주요 현안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하반기 경영 상황과 내년도 사업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그룹 회장도 국내에 머물며 주요 경영 현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추석 끝나면 실적·인사 시즌
재계 ‘2027 경영 계’ 본격화
재계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가 단순한 휴식 기간을 넘어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 전략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이후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 주요 그룹들은 계열사별 사업 성과를 분석해 성장 사업과 비성장 사업을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 규모와 예산 배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에게 추석 연휴는 휴식과 함께 연말 경영 점검과 내년도 경영 구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라며 “올해 성장 사업과 비성장 사업을 가려내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 인사와 내년도 투자·예산을 배분하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