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꼭 돕고 싶습니다.”
올 7월 일본에서 만난 한 웹3 결제업체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는 엔화 스테이블코인 제이피와이코인(JPYC)을 음식점·상점 등의 QR 결제에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 이용은 일본 몇몇 도시의 점포에 머물렀지만 시범 운영 이후 100건 이상의 도입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한국 이용자 대상의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그로부터 두 달 뒤 JPYC 자체의 활동 반경은 실제 한국으로까지 넓어졌다. 이달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뒤 19일 하루 거래대금은 451억 원으로 상장 전 대비 500배 넘게 뛰었다. 21일에는 전 세계 JPYC 현물 거래의 54.18%가 업비트에서 이뤄졌다. 라인 ‘유니파이’를 통해 국내 상품권 구매와 제휴 병원 이용에도 연결됐다.
일본 안에서도 용처는 넓어지고 있다.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은 기존 단말기를 활용한 JPYC 결제를 실증했고 교토에서는 자판기 결제 시험도 진행됐다. 7월 구마모토 지진 뒤에는 재난정보 사이트에 JPYC로 128건, 33만 4000엔 상당의 지원금이 모였고 일부는 현지 인력의 작업비로 지급됐다.
물론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업비트 상장 직후 얇은 유동성 탓에 가격이 엔화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도 있었다. 개인지갑을 통한 국경 간 거래가 늘수록 자금세탁방지도 숙제다. 일상 결제 규모 역시 아직 크지 않다.
그럼에도 JPYC의 흐름은 눈여겨볼 만하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코인에 결제업체와 지갑, 거래 플랫폼 등이 하나둘 붙으며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오명까지 붙은 일본이 이미 3년 전인 2023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마련하면서 민간이 시행착오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만든 것이다.
한국은 아직 원화 코인 제도화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안전장치를 촘촘히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이 움직여야 쓸 곳도, 고칠 곳도 보인다.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는 사이 다른 시장은 이미 가능성과 한계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