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동원하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 전직 군 사령관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 부장판사)는 21일 군 사령관들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선고기일에서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인정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는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여 전 사령관 등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관위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해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여러 차례 식사 모임을 가지며 비상조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점, 계엄 전 사령관들이 각각 수기로 작성한 메모의 내용이 실제 계엄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인식과 폭동 가담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이 직접 작성한 메모에는 포고령 위반자 최우선 검거, 군경 합동수사본부,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 14명 체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계엄 선포 후 실제 실행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며 “특히 일부 메모는 계엄 선포 이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만나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전 만남과 메모 내용 등에 비춰볼 때 계엄에 대한 적극적인 사전 모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부하들에게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의 경우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들은 전속부관이 이 전 사령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불리하게 진술할 이유가 없고, 관련 부대원들의 진술과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은 끌어내라는 대상이 신원불상의 대테러 관련 인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 스스로도 재판 과정에서 북한의 침투나 대테러 상황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며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의원이나 관계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장과 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위법성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고 국회 2차 봉쇄 요청과 선관위 부정선거 조사 계획 등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박 전 총장의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 투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총장이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처음 확인했고,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의 출동도 포고령 발령 이전에 이뤄진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군의 총장과 사령관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채 특정 세력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피고인들의 위법한 지시로 동원된 군인과 경찰들이 내란 동조 세력으로 불리고 재판 등을 받으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점도 양형 사유로 적시했다.
특히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은 계엄에 사전 가담한 정도가 높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은 계엄에 대해 구체적인 메모를 작성하는 등 주도적으로 준비했다”며 “주요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선관위 서버를 탈취하는 등 내란 실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시가 실제 이행되지 않았지만, 이는 부대원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으로 여 전 사령관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대테러 부대를 준비하고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회에 투입해 국회 봉쇄 등 내란에 가담했다”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음에도 이를 부하의 책임으로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방사 병력에 비무장을 지시했고 실제 물리력 행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제한적으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박 전 총장과 문 전 사령관의 경우 내란에 가담한 책임은 인정되지만, 내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은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곽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서도 “양심선언을 하고 탄핵 사건과 다른 여러 재판에서 같은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관련 법률에 따른 필요적 감면 사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