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사업 원리금 상환 기간이 20년을 넘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미 간 수익 배분 원칙에 있다. 사업 초기 발생하는 이익을 대출 상환에 집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과 달리 대미 투자 프로그램에서는 수익의 절반만 한국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도 연 5% 이자율을 가정할 때 매년 16.7%의 수익을 올려야 20년 내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21일 “연 17%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굳이 한국 정부 돈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투자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상적인 사업 수익률을 가정하면 한국에 배당되는 수입 비중을 높이지 않는 한 상환 기한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적용하기로 한 수익 배분 비중 조정 원칙을 미국 측이 거절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 초반 한국 측이 원리금 상환을 위해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는 안에 대해 미국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안다”며 “수익 배분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막판까지 노력하겠지만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다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사업들 모두 40~60년 운용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여서 원리금 회수 기간이 다소 길어지는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미국 내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통상 20년 내외의 원리금 상환을 전제하고 자금을 끌어온다. 한국과 미국이 5대5 수익 배분을 유지한다면 이론적으로 우리 측은 40년 뒤에나 원리금을 찾아올 수 있는 셈이다. 대미 투자 프로그램 선정이 진통을 겪은 것도 이 같은 수익 배분 비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상환 기간을 길게 잡으면 상업적 합리성 조건이 상당히 완화된다. 실제 수익률 5.3%를 가정한 뒤 대미 투자 수익 구조에서 원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20년 내 원리금을 상환하려면 사업 내부수익률(IRR)이 17.2%에 달해야 한다. 상환 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나면 이는 14.8%로 떨어진다.
다만 단순히 사업 존속 기간이 긴 사업이라 해서 수십 년에 달하는 원리금 상환 기간을 무작정 수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40년 뒤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 어떻게 아느냐”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 배분 비율을 높일 수 없다면 명확한 전력 구입처를 보장받거나 높은 판매 단가를 확약받아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원리금 회수 전 사업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설비 성능과 무관하게 환경오염이나 정치적 문제로 발전소가 멈추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멀쩡한 설비를 운영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골치가 아파진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막판까지 상업적 합리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합의한 대로 수익이 높은 사업의 이익금을 부진한 사업의 원리금 상환에 쓸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 구조를 확보하거나 한국인 프로젝트매니저를 선임해 한국 기업의 진출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명문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사업 추진 중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투자를 중단하거나 이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조항도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국 원전 관련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얼마나 인수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웨스팅하우스는 연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다. 앞서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IPO 몸값에서 175억 달러를 제한 가치의 20%만큼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확보했다. 웨스팅하우스의 목표가 달성되면 미국 정부는 13%의 지분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측은 여기서 10% 이상을 넘겨받고자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지분율을 5~10% 선에서 묶으려 하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숫자로 드러나는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더라도 산업 정책 측면에서 대미 투자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LNG발전소든 원전이든 일단 사업이 진행되면 한국 기업이 핵심 설비를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한국 업체들이 진출에 성공하면 이후 수십 년간 수리, 설비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사업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력이 된다”며 “미국 내 LNG발전소나 원전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한국 기업의 산업 경쟁력은 한 차원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