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 단지)의 첫 가동이 임박했지만 도로와 용수 등 필수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제기됐다. 산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는 한편 반도체뿐 아니라 로봇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 과제 40여건을 해결해줄 것을 건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정책 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와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20건은 법 제정이나 개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우선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경협은 용인에 1000조 원 이상, 전남광주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가 추진되고 있지만 도로와 용수, 전력 등 필수 인프라 확충 속도는 더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용인 1기 팹이 내년 2월 가동에 들어가면 자재 운반 차량과 2기 팹 공사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교통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주진입도로는 1기 팹 가동 전까지 완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사를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에 반영해 사업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공업용수 공급 사정도 비슷하다. 하루 3만 5000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타당성 조사 15개월을 포함해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총 42개월이 걸렸다. 한경협은 민간투자 절차에 첨단산업 기반시설 특례를 신설해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력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무탄소전력 인증·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한경협은 친환경 전력인 대수력 발전도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경협은 로봇 개발사를 위해 휴머노이드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원본 영상·음성 데이터를 안전한 실증 구역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춰달라고 건의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실질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행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에서 공제액을 차감하는 방식이어서 초기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발생한 기업은 세액 공제를 곧장 활용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