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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답 내놓는 시대…‘왜’ 묻는 힘이 더 중요”

20.09.2026 1분 읽기

오픈 AI가 이달 초 인공지능(AI) 모델 ‘GPT-6 아스트라’를 내놓으며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일자리가 AI로 대체되는 한편 AI에 대한 인간의 의존 또한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지현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해 “AI가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판단하는 힘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AI 시대의 인문학 역할론을 강조했다.

안 학장은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손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만큼 제대로 읽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AI 시대에 대학의 역할이 재정의 돼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대학은 단순히 기술자를 배출하는 곳이 아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루는 인문학의 역할은 되레 커진다는 것이 안 학장의 생각이다. 그는 “철학적 사고를 훈련받은 인재들이 AI 기업에 입사해 기술 발전이 미칠 영향을 견제하고 인간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철학과가 202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5.4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 또한 AI 시대의 인문학 역할론 때문이라는 것이 안 학장의 생각이다. 실제 올 들어 구글 딥마인드가 헨리 셰블린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철학자’라는 직함을 주고 채용하는 등 AI 업계에서도 철학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25대 인문대학장으로 선출돼 올 7월 연임을 확정한 안 학장은 AI 활용방안 관련 연구에 상당 시간을 할애 중이다. 무엇보다 논문 읽기와 글쓰기가 수업의 큰 축을 차지하는 만큼 인문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AI 의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인문대에서 진행된 한 실험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 학장은 “학부생에게 2장 분량의 소설 감상문을 작성하도록 했을 때 AI를 활용해 1분 만에 만든 글과 책을 직접 읽고 10시간에 걸쳐 작성한 글 사이의 완성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결국 AI 시대에는 프롬프트(명령어)를 잘 활용하는 한편 ‘사고하는 근육’을 키워 본인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학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교수진이 참여하는 브라운백 행사를 여섯 차례 진행하며 인문대 교수들과 AI 시대 교육 방식을 논의중이기도 하다. 안 학장은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는 등 ‘아날로그 교육’이 필요하다”며 “정보를 꿀꺽 삼키듯 소비하는 것이 아닌, 직접 읽고 생각하는 과정에 학생들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학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공대와 함께 ‘인공서원’ 프로젝트를 향후 1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AI 시대 글쓰기 과제 평가’와 같은 주제를 놓고 양쪽 단과대 교수진이 토론하며 공동 연구 과제와 강의 콘텐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안 학장은 “공학에서는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를 중시하는 반면 인문학에서는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교수들이 함께 AI 시대의 교육 방향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문대는 또 다음 학기 ‘인문 AI 센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윤리 연구와 AI를 활용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교수진을 대상으로 관련 컨설팅과 자문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장학금 제도를 확대하는 것 역시 안 학장의 주요 과제다. 인문대는 한 학기 단위로 지원하던 기존 장학 제도를 개편해 지난해 박사과정생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2~4년간 지원하는 ‘차세대 인문학자 통합장학금’을 마련했다. 안 학장은 “국내에서는 인문학 대학원생의 생계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해외 대학으로 인재가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인문학의 후속세대를 키우려면 박사과정 학생들이 생활고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학장은 “인문학의 효용에 대해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인문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의료인문학·환경인문학과 같이 교육과 연구의 외연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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