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 올 들어 1000명이 넘는 장기 연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취약층 지원을 명분으로 민간 금융사에 빚 탕감과 대출채권 저가 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은 강력한 추심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학자금대출 사업을 운영하는 장학재단은 올 초부터 7월 말까지 1078명의 장기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진행했다. 총 79억 원을 회수하려고 소송과 가압류·강제집행 등을 진행한 것이다. 2024년과 2025년 연간 법적 조치 대상 인원은 각각 2061명, 2025명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 아닌 장학재단의 장기 연체 채권 정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잔인한 금융”이라고 지적한 후 금융 당국은 개별 업권과 금융공공기관의 포용금융 기조 정착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자체 채무조정 건수는 총 2만 1449건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1만 8306건)보다 17% 많다.
반면 장학재단의 분할상환약정과 같은 자체 채무조정 지원 건수는 7월 말 기준 2762건(15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과 2025년 대내 채무조정 건수는 각각 7430건(422억 원), 8170건(501억 원)이다. 올해가 절반 이상 지났지만 지난해 연간 실적의 34%에 그쳤다.
장학재단이 보유한 장기 연체 채권도 해마다 늘고 있다. 7년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는 2022년 2만 4716건, 2024년 3만 3764건으로 늘더니 올해 7월 말에는 4만 2660건까지 증가했다. 4년 반 사이에 72%가 늘어난 것이다. 6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도 2022년 12만 227건, 2024년 13만 4902건으로 불어났고 올 7월 말에는 15만 9264건으로 확대됐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는 압박하면서 공공기관은 배임 소지가 없게 할 것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리되지 못한 연체 채권이 늘면서 연체 차주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된 학자금대출 채무자는 5만 101명이다. 이 중 40대 이상이 1만 8993명으로 37.9%에 달한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닐 때 받은 학자금대출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차주들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학자금대출이 사회 진출의 족쇄가 되지 않게 취약 청년들의 관점에서 연체 채권 관리 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학재단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청년에게 교육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금융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빚 탕감을 주문했지만 정작 공공기관의 추심 행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장학재단은 청년층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기관인 만큼 청년들의 재기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