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을 합친 공공부문의 적자가 83조 원을 넘어서며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법인세·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등이 늘면서 총수입이 53조 원 증가했지만 민생회복소비쿠폰 등 민간 이전지출과 정부 소비, 공공주택 투자 등 지출이 67조 원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수지는 83조 100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69조 1000억 원보다 적자 폭이 14조 원 확대되며 2007년 이후 가장 컸다. 공공부문계정은 중앙·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 비금융·금융공기업의 수입과 지출을 집계한 통계다.
공공부문 총수입은 1192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3조 원(4.7%) 늘었다. 법인세와 소득세,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등 사회부담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총지출은 1275조 2000억 원으로 67조 원(5.5%) 늘어 수입 증가액을 14조 원 웃돌았다.
지출 확대는 민간 이전과 정부 소비가 이끌었다. 민생회복소비쿠폰을 포함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일반정부의 기타경상이전 지출이 18조 4000억 원 늘었고 건강보험 급여비 등을 포함한 최종소비지출도 21조 7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은 적극적인 재정 집행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의료 정상화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부문별로는 중앙정부 적자가 83조 8000억 원에서 90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되며 처음 90조 원을 넘어섰다. 지방정부 적자는 중앙정부 교부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15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줄었고 사회보장기금 흑자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수혜금 지출 증가로 41조 8000억 원에서 32조 원으로 축소됐다. 일반정부 수지는 60조 1000억 원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4%보다 낮았다. 공공부문 수지의 GDP 대비 비율은 -3.1%로 나타났다.
공기업도 적자를 키웠다. 비금융공기업 수지는 16조 7000억 원 적자에서 22조 1000억 원 적자로 확대됐다. 공공주택 건설과 도시 개발 확대 등으로 투자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공기업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로 5조 1000억 원 흑자에서 9000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재정지출 확대가 반복될 경우 중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주요국의 높은 공공부채가 국가 위험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거시금융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은 공공부문 수지가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늘면서 올해는 적자 폭이 줄고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현영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올해부터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2026년에는 적자 폭이 줄어들고 2027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보험료율 인상도 사회보장기금의 흑자 축소세를 둔화시켜 수지 개선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