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또 연장했다. 중동 전쟁으로 기름값이 뛰기 시작한 3월 첫 도입 이후 7개월째다. 이로써 ℓ당 가격(공급가 기준)은 6월 말부터 동결된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 4주간 더 유지된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격과 행정가격 간의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달 말 끝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도 11월까지 두 달 더 연장됐다. 여기에 다음 주 추석 연휴 기간에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의 주유소 226곳의 휘발유·경유 가격도 ℓ당 100원 낮춘다. 정부는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우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름값을 오랫동안 강제로 누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기름을 평소처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정부가 짊어져야 할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올해 1~3분기분 약 4조 2000억 원을 편성했다. 4분기 지원분 1조 4000억 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정부 추산으로만 올해 5조 6000억 원의 유가 보조금이 지급되는 셈이다. 하지만 가격을 강제로 낮춘 대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국민의 세금과 정유사의 손실로 메울 수밖에 없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재정 건전성과 수요 감축을 감안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취약계층과 생계형 운전자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최고가격제는 끝내는 게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유류세 인하도 일률적 연장보다 선별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