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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번 추석엔 고향 안 갑니다”…韓 명절이 달라졌다

19.09.2026 1분 읽기

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을 짚어봅니다. 그 배경과 흐름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내려가려고요. 부모님도 이제는 굳이 오지 말라고 하세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내, 아이와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머물러 ‘호캉스’를 즐길 계획이다. 장거리 귀성길에 오르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가족끼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A씨는 부모님에게도 함께 호캉스를 즐기자고 제안했지만 부모님은 “너희 가족끼리 편하게 보내라”며 손사래를 쳤다.

국민 절반 이상 “이번엔 차례 안 지내겠다”

한때만 해도 여느 직장인에게 명절은 고향을 찾는 날이었다. 기차표나 고속버스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 전쟁 역시 명절이면 으레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하면 막히는 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가야했다. 고향집에 도착하면 차례상을 준비하고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명절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고향에 가지 않는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 명절,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는 명절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달라진 명절 풍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의례의 변화다. 한국리서치가 2026년 설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올 설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겠다고 답한 비율은 35%에 그쳤다. 10명 중 3~4명 정도만 차례·제사를 계획한 것이다. 추세로 보면 변화 양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추석 차례를 지낼 계획인 가구는 27.3%였다. 2016년 74.4%에서 10년 새 47.1%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부엌 대신 검색창…명절 준비도 ‘클릭’으로

명절 풍경이 달라진 것은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서만은 아니다. 명절을 준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갈비를 재우는 일이 명절 준비의 일부였다. 특히 많은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집에서는 며칠 전부터 음식 준비가 시작됐다. 명절을 앞두고 냉장고가 가득 차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차례를 지내더라도 음식의 종류를 줄이거나, 직접 만들기보다 구매하는 식으로 간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창에 필요한 음식을 입력하는 것으로 준비를 대신할 수 있게 된 환경도 이런 변화에 일조했다. 전과 나물, 갈비부터 차례상 세트까지 온라인 상에서 주문할 수 없는 게 없다. 가족끼리 외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명절 음식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이 부담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 B씨(38)는 “전 부치는 데 하루를 다 쓰고 싶지는 않다”며 “가족이 먹을 음식은 필요하지만 며칠씩 준비하는 방식은 이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귀성 대신 여행·호캉스…연휴도 ‘내 방식대로’

달라진 것은 차례만이 아니다.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국내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등 명절을 보내는 장소와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인기 있는 5성급 호텔과 리조트의 객실 예약률은 명절 때면 어김없이 90%를 웃돈다. 방문객의 컴플레인에 대비해 일부 객실을 비워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실이다. 업계는 명절을 겨냥한 숙박·식음 패키지를 내놓으며 이런 연휴 수요를 붙잡고 있다.

이처럼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지는 데에는 명절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리서치가 9월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추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라고 물은 결과 45%가 ‘가족·친지와의 화합’이라고 답했다. 이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43%)’,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휴일(37%)’ 순이었다. 이 문항은 최대 3개까지 선택하는 복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별도로 이번 추석 계획을 묻자 국내·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은 13%로 집계됐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1인가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5년 추석을 앞두고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인가구의 52.8%는 추석 연휴 계획으로 ‘집에서 휴식 및 여가생활’을 꼽았다. 절반 이상이 명절을 ‘이동하는 날’이 아닌 ‘쉬는 날’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는 804만 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나 된다.

명절인데도 ‘당일치기’…짧아진 명절 가족 모임

그렇다고 명절 가족 모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만나는 시간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을 맞아 고향집에 가서 며칠씩 머무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당일 부모님을 찾아가거나 함께 식사를 한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긴 연휴 내내 함께 보내기보다, 하루 정도 짧게 만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자녀가 있는 가정은 긴 연휴를 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양가를 오가야 하는 경우 이동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자녀가 명절에도 학원을 가거나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면 연휴 일정은 더 빠듯해진다. 여기에 휴식이나 여행 등 각자 계획한 일정까지 더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명절이라고 모든 일정을 비워두기보다 가족 방문과 휴식, 여행 등을 적절히 조율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전화대신 카톡 한 통…달라진 명절 안부 전달법

명절 안부를 전하는 방식은 전화에서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직접 만나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명절 인사를 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직장 동료나 가까운 지인에게도 전화로 명절 인사를 건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화를 거는 대신 카카오톡 등으로 짧게 인사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족 단체대화방에 명절 인사를 남기거나 친구, 직장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각자의 일정 때문에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메시지 하나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전할 수 있다는 점도 메신저가 일상적인 명절 인사 수단으로 자리 잡은 한 이유다.

현금·상품권이 더 편하다…명절 선물도 달라졌다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과일이나 한우, 참치·식용유 세트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현금이나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을 건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선물의 종류보다 실제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모두의 취향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처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선물보다 필요한 것을 직접 살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하는 것이다. 명절 선물이 정해진 품목을 주고받는 의례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명절의 ‘선물 공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명절에도 학원갑니다”…연휴에도 계속되는 일상

명절이라고 해서 모든 일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긴 연휴를 이용해 평소 미뤄뒀던 운동을 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자격증 공부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는 명절이면 학원이나 각종 시설도 문을 닫고 대부분의 일상이 잠시 멈추는 분위기였다. 이제는 연휴에도 평소 생활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명절 연휴를 온전히 가족 행사에 쓰기보다 부족했던 자기계발이나 취미활동에 사용하는 것이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거나 미뤄둔 약속을 잡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평소 바쁜 일상에서 챙기지 못했던 관심사를 돌아보며 연휴를 보내는 것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가족 모임에만 시간을 쓰지 않고 각자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연휴를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쉬는 연휴?…명절에도 불 밝힌 일터

명절의 풍경이 달라지는 가운데 연휴에도 일터를 지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호텔과 리조트 직원부터 음식점 종사자, 배달기사, 병원과 편의점 종사자까지 누군가가 쉬는 동안 누군가는 일해야 한다. 특히 여행이나 외식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는 명절이 오히려 가장 바쁜 시기가 되기도 한다. 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이동하고 소비하는 곳마다 평소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까운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거나 연휴에 외식을 하는 것이 새로운 명절 풍경이 됐다. 하지만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연휴에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노동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 교대근무를 하는 직군은 연휴라고 해서 근무 일정이 달라지지 않는다. 자영업자나 서비스업 종사자는 명절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게 문을 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명절은 긴 연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소보다 더 바쁜 ‘일하는 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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